전권공사 박정양 일행 워싱턴의 사저 마운트 버넌 방문 모습
기증자가 이베이에서 구입 후 마운트 버넌 도서관에 기증
1887년부터 1888년까지 구한말 미국 주재 대사 격인 초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박정양의 미국 활동을 담은 사진이 발견됐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2일 간담회를 열고 주미 공사관원들의 미국 내 활동을 담은 2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공사관 측은 이 사진은 우리나라 공식 외교관원이 미국의 기관을 방문한 가장 오래된 사진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주미공사 관원들의 활동은 기록과 그림으로만 전해진 만큼 사진이 처음 발견됐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고 공사관 측은 강조했다.
공개된 두 장의 사진 중 한 장은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함께 1888년 4월 26일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사저 마운트 버넌을 방문한 모습을 담고 있다.
당시 마운트 버넌을 찾은 많은 서구인과 함께 포착된 조선인 공사관원은 박정양을 포함해 무관 이종하와 수행원인 화가 강진희, 서기관 이하영 등 4명으로, 모두 전통 한복에 갓을 착용했다.
이 사진은 2020년 기증자인 이사벨 하인즈만이 이베이에서 구입, 마운트 버넌 워싱턴 도서관에 전달했으며 도서관 측에서 2021년 공사관 측에 고증을 의뢰해 존재가 확인됐다.
공사관에 따르면 박정양은 1887년 8월 초대 공사에 임명됐지만 중국의 공사 파견 반대 및 배편을 통한 장기 여행 등으로 1888년 1월 1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콜레라 유행으로 바로 하선하지 못해 워싱턴DC에는 같은 해 1월 9일 당도했고, 같은 달 17일 그로버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
공사관 측은 클리블랜드 당시 대통령을 접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사실상 이들의 활동상을 담은 첫 사진이자 가장 오래된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양은 계속되는 청나라의 압력에 1888년 귀임했고, 개항기 총리대신서리와 궁내부서신대리 등을 지내며 독립협회 등을 지원했다.
박정양은 미국 방문 당시를 기록한 '미행일기'에서 마운트 버넌 방문과 관련, "공사관원들과 알렌 가족을 대동하고 마은포에 갔다.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며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가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박정양과 동행해 함께 포착된 강진희는 사진술이 보급되지 않았던 구한말 이들의 활동상을 기록하던 화가로서, 조선인으로서 처음으로 미국에서 직접 풍경화를 그린 그의 작품이 최근 일반에 공개됐다.
또 다른 사진은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등을 역임했고 을사오적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과 이완용의 부인,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 및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과 이채연의 부인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 모두 한복을 갖춰 입었고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었다.
이 방문에 대해서는 현지 언론인 '이브닝 스타'가 1989년 5월 7일자로 보도하기도 했다고 공사관은 설명했다.
사진에는 공사관의 서기관으로 근무했던 호레이스 알렌과 그 딸도 포함됐다.
이완용은 1887년에 주미참찬관으로 임명돼 전권공사 박정양, 서기관 이하영 등과 함께 부임했고, 1888년 12월부터 1890년 10월 귀국 때까지는 임시대리공사를 지내기도 했다.
동국대 한철호 교수는 이와 관련해 "당시 고종의 지시에 따라 미국 현지의 사정, 제도, 문물 등의 실상을 파악하던 박정양 공사 일행의 현지 활동 모습이 사진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배재대 김종헌 교수는 "박정양이 그의 문집에서 조지 워싱턴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마운트 버넌 방문을 중요하게 서술한 것은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한 노력 때문"이라며 "귀국 후 독립협회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엽 공사관 관장은 간담회에서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이번 사진 공개를 시작으로 한미 외교사 관련 기관 및 연구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이 방면 관련 자료를 향후 전시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