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시리즈, 차학경 다뤄…82년 연쇄살인범에 살해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한국계 여성 예술가의 삶이 40년만에 재조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간과된 인물들’이라는 시리즈의 일환으로 현재 국제 예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차학경의 부고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시리즈는 NYT가 창간된 1851년 이후 활동한 사람들 가운데 사망 당시 적절하게 평가를 받지 못한 인물들의 삶을 다시 소개한다는 취지로 이어지고 있다. 유관순 열사와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도 이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졌다.
NYT는 1982년 연쇄살인범에게 목숨을 잃은 차학경의 예술세계가 미국의 아시아계 작가와 학자들을 넘어 현대 문학계와 개념미술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1951년 부산 태생으로 11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차학경의 대표작으로는 사망 직전 출판된 ‘딕테’가 꼽힌다. 차학경은 이 책에서 사진과 글을 통해 유관순과 잔 다르크, 만주 태생인 본인의 어머니와 가족들의 삶을 복잡하게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모든 독자가 차학경의 전위적인 작품세계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많은 미국 대학은 이 책을 페미니즘 및 아시아계 연구와 관련한 수업의 교재로 채택하고 있다.
UC버클리를 나와 프랑스에서 영화 제작과 이론을 공부한 차학경은 퍼포먼스 외에도 사진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을 남겼다.
차학경은 대표작인 딕테가 출판되고 2개월만인 1982년 11월 뉴욕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경비원에게 성폭행당한 뒤 목숨을 잃었다. 사건 발생 5년 후에 유죄판결을 받은 경비원은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졌고, 현재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