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적 회복 신청 불허하려면
병역기피 `강한 의심` 사유 있어야”
17세에 한국 국적을 포기했던 미국의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34세 때 다시 국적을 회복하겠다고 신청하자 한국정부가 ‘병역기피 목적’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 회복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1986년 미국에서 태어나 선천적 복수국적을 갖고 있던 A씨는 17세가 되던 2003년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가 34세가 된 지난해 "한국에서 부모님과 살면서 경제활동 및 학업을 지속하겠다"며 법무부에 국적 회복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A씨가 국적법 제9조 2항에 명시된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사람'이라며 국적 회복을 불허했다. 법무부는 A씨가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세가 되기 직전에 한국 국적을 상실한 데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2009년께부터 한국에서 체류해 온 점 등을 불허 사유로 들었다.
A씨는 이에 "정신과 치료를 위해 한국에 머문 것이고, 병역을 기피할 의도가 없었다"며 법무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국적 회복 신청을 불허하려면 병역을 피하고자 국적을 상실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거로 ▲A씨가 국적회복 당시 진술서에 '지금이라도 병역의무에 소집돼 병역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진술한 점 ▲국적회복 신청 시로부터 36세에 이르기까지 2년여가 남아 신속한 절차 진행시 현역병 복무가 불가능하지 않았던 점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