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애틀랜타의 총격 사건으로 홀어머니를 잃은 한국계 미국인 형제가 일상 복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지난 3월 16일 애틀랜타 골드스파에서 일했던 모친이 범인의 총격에 사망한 랜디·에릭 박 형제의 근황을 소개했다.
두 형제는 사건 이후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약 300만 달러를 모금했다.
경제적 안전판은 확보한 셈이지만, 모친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22세인 형 랜디는 조지아 주립대를 휴학하고 집 근처 카페에서 일했고, 한 살 터울인 동생 에릭은 지역의 공립대학인 조지아 귀넷 칼리지에 재학 중이었다.
그러나 현재 형제는 모두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고 있다.
현재 학업을 중단한 상태인 동생 에릭은 운전을 배우기 위해 잠시 외출하는 것을 제외하곤 방안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많다.
오후까지 늦잠을 잔 뒤 '사랑의 불시착'과 같은 드라마를 몰아서 보고, 온라인 게임으로 하루를 보낸다. 방 이곳저곳에는 스타벅스의 일회용 음료수 컵이 널려있다.
형인 랜디는 어릴 때부터 홀어머니가 일하기 위해 집을 비우면 모친을 대신해 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총격 사건 후 밥과 빨래 등 집안일을 전담하는 것도 랜디다.
최근 랜디는 생전에 모친이 만들어 준 김치 볶음의 재료를 사기 위해 인근 한인 마트에 들렸다.
그러나 한인 마트에선 자신을 알아보는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필요한 재료를 미리 조사했지만, 수많은 고춧가루와 참기름 브랜드 중에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도 당황스러웠다.
재료를 구입하고 귀가한 뒤에는 찬장에 보관된 다양한 냄비 중 무엇을 꺼내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최근 형제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랜디는 휴학 중인 조지아 주립대를 마친 뒤 컴퓨터과학 쪽으로 진로를 잡는 것을 고려 중이다.
동생 에릭도 조지아 귀넷 칼리지에 복학할 생각이다.
또한 형제는 한국에 사는 모친의 친척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하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최근 형제는 모친의 묘소를 찾았다. 모친이 살아 있었다면 52세 생일이 되는 날이었다.
형제는 한국식 과일 케이크와 소주를 묘소 앞에 놓은 뒤 모친을 추모했다. 30분가량의 침묵을 깬 것은 형인 랜디였다.
"배고프니"라는 형의 질문에 동생이 고개를 끄덕이자 형제는 자리를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