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운타운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던 60대 한인 김모씨는 최근 30여년 넘게 운영하던 비즈니스를 정리했다. 팬데믹 이전에도 온라인 샤핑으로 트렌드가 변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은데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봉쇄령에 따른 영업 제한이 계속돼 고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적자상태로 계속 매장을 운영할 수 없어 이참에 사업을 접고 은퇴하기로 한 것이다.
주류사회 대형몰 푸드코트에서 20여 년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던 70대의 이모씨는 팬데믹으로 대형극장이 문을 닫고 샤핑몰 푸드코트도 실내 인원 제한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져 도저히 버틸 수 없게 되자 과감하게 업소를 정리를 했다. 어느 정도 재산을 모은데다 ‘이젠 은퇴해서 여유 있는 라이프를 살겠다’는 심정이 많이 작용을 했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이처럼 한인 자영업자들의 은퇴가 가속화하고 있다. 의류업, 리테일, 리커, 마켓, 뷰티 서플라이, 세탁소 등을 운영하면서 생활기반을 닦고 한평생 열심히 일해 아메리칸 드림을 일궜던 60세 이상의 한인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조기은퇴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화가 가속되면서 업계의 매출이 현저하게 떨어진 의류업, 뷰티서플라이 등 업종이 더 심한 편이다. 안병찬 공인회계사는 “예전에는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한 한인 1세 자영업자들이 자발적으로 2세에게 비즈니스를 물려주는 등 은퇴를 미리 준비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앞당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으로 일을 하고 싶어도 더 일을 하기가 힘든 외부적인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제는 조기은퇴해 여생을 즐기고 싶은 심정도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전문직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60세가 넘은 공인회계사들도 10여건 가까이 문을 닫거나 회계 비즈니스를 매매하는 등 은퇴를 앞당기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수많은 세법으로 인해 올해 세금보고 시즌이 예년에 비해 업무량이 2~3배까지 폭주한데다 고객들의 요구도 한결 더 많고 까다로워지면서 40~50대처럼 신속하게 업무처리를 하기 힘든 상황으로 변하자 은퇴를 앞당기고 있다.
<박흥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