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중앙일보 전 대표…한인사회 발칵
‘미신에 장례식 강요’ vs ‘난 내 죽음 몰랐다’
지난해 지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례식까지 치렀던 텍사스주 달라스 지역 전직 한인 언론사 대표가 멀쩡히 생존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현지 한인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온라인으로 발행되는 텍사스 한국일보는 지난해 11월19일 장례식을 치렀던 고태환 텍사스 중앙일보 전 발행인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을 사진과 함께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텍사스 한국일보는 고태환 전 발행인의 모습이 지난달 29일 오후 현지 캐롤튼 한인타운 인근 지역에 위치한 커피샵에서 포착됐으며, 고태환 전 발행인이 이날 1시간이 넘도록 같은 장소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텍사스 중앙일보 지난해 11월27일자 신문에 “지난 2020년 11월19일 숙환으로 소천하신 고 고태환 집사의 장례예배에 코비드-19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함께 해주신 조문객들과 화환과 마음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들 드립니다”라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며 사기 장례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태환씨 유가족이 지난해 텍사스 중앙일보에 실은 부고에 따르면 당시 장례식은 루이스빌의 달튼&선 장례식장에서 한인사회 인사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장례식은 왜 치러졌나
고씨의 생존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지 한인사회에서 파문이 확산되자 텍사스 중앙일보의 문정 현 발행인이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이 자신이 가짜 장례식을 치렀으며 이는 고태환씨의 강요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회견에서 문씨는 “고태환씨가 ‘미국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같은 시각, 한국에서 굿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초부터 ‘굿’을 종용했고, 개인적으로 원하지 않았지만 결국 고 씨가 시키는 대로 거짓 장례를 치렀다”고 말했다.
또 장례 날짜와 시간까지 고씨가 무속인에게 받아 온 거라 무속인의 연락처나 관련한 정보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으며, 문씨는 굿을 하는 비용으로 3,500달러를 자신이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장례식은 고씨가 실제 사망한 것처럼 부고 기사를 게재하는 등 현지 한인사회에 적극 알리고, 조문객들로부터 조의금도 받는 등 고씨의 강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치러졌다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다른 지적이다.
텍사스 한국일보는 그러나 고태환씨는 지인을 통해 자신은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며 문씨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는 입장이라고 전해 사태가 두 사람의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다.
■법적 문제는 없나
이와 관련 현지 루이스빌 경찰은 이번 가짜 장례식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전날 문씨를 불러 심문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건의 전말은 경찰 수사를 통해서야 밝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미스테리한 이번 가짜 장례식 사건에 대해 장의업체 관계자들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LA 한인 장의업체 한 관계자는 “장의사와 결탁한다면 시신이 없는 가짜 장례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것을 불가능하다”며 “사망진단서를 제출해 매장 또는 화장 허가를 받아야 시민을 매장하거나 화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텍사스 중앙일보 전 발행인 고태환씨의 가짜 장례식 사건과 관련, 미주 중앙일보 한 고위 관계자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텍사스 중앙일보는 직영이 아닌 프렌차이즈 계약 관계이고, 그나마 계약도 3월31일로 종료됐다며, 텍사스 중앙일보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은 미주 중앙일보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