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만든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지난 6년간 법정싸움을 계속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제는 소송비가 없다며 변호사들 조차 외면하고 있습니다”
LA 한인이 6년 전 딸 출생 당시 병원과 의사의 과실로 딸이 뇌성마비 장애인이 됐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6년 간의 고통스러운 의료 소송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며 호소하고 나섰다.
현재 6살 된 딸을 두고 있는 한인 재키 백씨 가족의 소송은 처음부터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대형병원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고, 의료과실의 당사자인 한인 산부인과 의사에게는 법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으로, 6년간 담당 변호사가 세 차례나 바뀌었지만 소송은 성과가 없었고, 이제는 소송비가 없어 변호사를 찾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10일 백씨에 따르면 딸을 임신한 지 36주차 되던 지난 2014년 8월 백씨의 부인은 한인 산부인과 의사의 클릭닉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같은해 9월1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이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은 백씨의 부인은 이틀 뒤인 18일 다운타운의 한 대형병원에서 딸을 출산했다.
하지만 출산 직후 부터 딸은 이상증상을 나타냈다. 신음소리를 내며 열이 났고, 엄마의 수유도 거부했다. 이 병원 의료진에서 증상을 말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 퇴원한 뒤 나중에 이 병원 응급실에 가서야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이때부터 백씨 부부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딸은 결국 뇌수막염으로 인한 뇌성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백씨는 이후 출산 4주전에 찾았던 한인 산부인과 병원과 출산한 대형병원 모두 백씨 부인에게 반드시 했어야 할 뇌수막염 검사(GSB 테스트)을 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출산 전에 진료한 한인 산부인과 의사가 GSB 검사를 했더라며, 딸이 태어난 대형 병원에서라도 출산 즉시 신속하게 뇌수막염 증상에 대처했더라면, 딸이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백씨는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명 로펌 변호사들을 동원한 병원을 상대로 한 소송은 순탄치 않았고, 백씨는 무고소송을 하겠다는 병원 측의 위협적인 경고에 지난 9월 소송을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백씨는 GSB 검사를 하지 않은 한인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미 은퇴한 이 한인 의사는 자신의 소유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어 배상금을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 소송을 맡으려는 변호사를 찾기도 어려웠다.
백씨는 “우리 딸은 뇌수막염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지능이 낮고, 오른쪽 신경장애로 팔과 다리를 제대로 쓸 없는 뇌성마비 장애자가 평생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기 힘든 상태가 됐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반드시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계속 진행하려 하는데, 소송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백씨는 지난달 세 번째 변호사로부터 소송비 15만 달러가 없으면 더 이상 변론을 할 수없다는 통보를 받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백씨 가족은 소송비 15만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 기금 모금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