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상장은행 주가가 12일 ‘코로나19발 폭탄’을 맞아 일제히 폭락하며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일각에서는 최근 추락세를 볼 때 한인은행 주가의 저점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가 하루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인 2,352.60포인트(9.99%) 폭락한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뱅크 오브 호프, 한미은행, 퍼시픽 시티 뱅크와 오픈뱅크 등 4개 상장 은행 주가도 일제히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뱅크 오브 호프가 전일대비 1.03달러(10.56%), 한미는 1.58달러(11.81%), 퍼시픽 시티는 1.59달러(14.05%), 오픈은 0.95달러(12.29%) 각각 급락하면서 사실상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인은행 주가는 다우 지수가 2,013.76포인트(7.79%) 폭락했던 지난 9일 ‘블랙 먼데이’에도 일제히 두 자릿수 폭락세를 기록했었다.
특히 1년전, 2년전 주가와 비교하면 한인은행들의 주가가 얼마나 급락했는지 확연히 보여준다.
뱅크 오브 호프 주가를 1년 전 13.82달러와 비교하면 5.10달러, 36.9%, 2년 전과 비교하면 10.58달러, 54.8%가 빠졌다.
한미은행의 경우 1년 전 21.46달러에 비해 9.66달러, 45.0%, 2년 전의 32.00달러와 비교하면 20.20달러, 63.1%가 급락했다.
퍼시픽 시티 뱅크는 1년 전의 17.36달러 대비 7.63달러, 44.0%가 떨어졌으며 오픈뱅크는 1년 전의 9.21달러에 비해 2.43달러, 26.4% 하락했다.
또한 아직 상장된 지 2년도 안된 퍼시픽 시티 뱅크와 오픈뱅크의 주식은 상장 당시 공모가 이하로 떨어졌다. 퍼시픽 시티 뱅크의 공모가 20달러와 비교하면 12일 주가는 10.27달러, 51.3%가 급락했으며 오픈뱅크의 11달러 공모가는 12일 주가 6.78달러 대비 4.22달러, 38.4%나 하락한 상태다.
이날 전체적인 주가 폭락 속에 금융권 주식도 일제히 급락했지만 한인은행 주가 하락 폭이 더 높아 우려를 사고 있다. 이날 중국계 최대 은행인 이스트웨스트뱅크(EWBC)는 6.82%(2.18달러) 하락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또 미국 1,2위 은행인 JP모건 체이스(JPM)와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주가는 각각 8.24%(7.91달러)와 9.53%(2.16달러) 하락했지만 한 자릿수로 국한됐다.
월가 전문가들은 한인은행들의 경우 여전히 ▲부동산 대출 편중 등 영업구조 문제 ▲주류·중국 대형 경쟁은행과의 가격 경쟁 열세 ▲영업수익제고 보다는 경비절감으로 수익성을 기대하는 것 등으로 최근 코로나19사태로 불거진 경영상황 악화에 더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한 한인은행 행장은 12일 “추가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솔직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상장기업은 결국 실적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만큼 올 1분기 최대한 좋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는 다음 달 발표될 한인은행들의 1분기 실적을 주시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한인은행권 주가는 상당히 오랜 기간 낮은 수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