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트럼프 비판 기고문 후 사임한 외교관 척 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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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공격은 우리 부모님 공격하는 것
트럼프 행정부 잘못 공개비판 위해 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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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변에 짙게 깔려있는 반이민 정서를 없애는 데 일조를 하고 싶습니다.”
연방국무부의 외교관으로 일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신문 칼럼을 싣고 사표를 던진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본보 8월12일자 A4면> 척 박(35·사진·한국명 영철)씨는 12일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 사회가 갈수록 반이민정서와 백인우월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방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염증를 느낀 나머지 트럼프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안주하기 보다는 반이민 정서에 맞서는 시민 운동가로서의 새 삶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보는 지난 주말 캐나다 뱅쿠버 미국영사관에서 뉴욕으로 돌아온 박씨를 뉴욕한국일보 사옥으로 초청해 그동안의 고충과 향후 진로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표를 쓰게 된 주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백인우월주의 사고방식을 갖고 이민자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민자에 대한 비난은 나의 부모님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에도 무슬림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여성 의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미국 사람인데 내가 어디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다. 백인 말고는 모든 이민자나 소수계를 배척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임하면서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한 이유는
"나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조용히 사임하는 외교관들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 나도 조용히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가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점과 내가 그만두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대개 모든 미국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이민자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진실을 일반인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외교관으로 복귀할 생각은
"물론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바뀌고 친이민정책이 시행된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외교관으로 다시 복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저는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저변에 짙게 드리워져 있는 반이민 정서와 백인우월주의를 거둬내고 싶다. 이같은 반이민 정서와 백인우월주의는 트럼프 행정부들어 더욱 조장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자유와 평등 등을 가장 중요시하는 미국의 가치를 알리고 국가를 다시 리빌딩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한인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미국에서 태어나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문화에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백인이 아니라면 배척당하는 게 현재 미국 사회 분위기다. 이것은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미국의 가치가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같은 문제점을 알려주고 내년 대선에서 올바른 선택을 내려주길 바란다" <조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