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25주년 특집보도
LA타임스가 1992년 4월29일의 LA 폭동 발발 25주년을 앞두고 성인이 된 한인 2세들이 경험한 폭동에 대한 시각을 저스틴 전·캐롤 박씨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1면 탑 기사(사진)로 크게 보도했다.
촉망받는 영화감독 저스틴 전(35)씨는 1992년 4·29 LA폭동이 일어날 당시 열 살 소년이었다. 한국 해병 출신인 아버지는 LA 파라마운트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했다. TV에 시내 상점들이 불타는 장면이 나오던 그날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후 아버지 가게에 들른 그는 약탈로 처참한 폐허로 변한 상점 내부와 부서진 진열대, 찢겨진 신발 상자들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책상 서랍을 열어보니 권총이 들어 있었다.
한국학 연구원인 캐롤 박(37)씨는 폭동 당시 열 두 살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별하고 컴튼에 주유소를 차려 홀로 삼남매를 키워냈다. 폭동이 도심을 뒤흔들던 날 저녁 캐롤은 어머니를 애타게 찾았다. 어머니가 돌아온 건 한밤중이었다. 애들이 숙제를 했는지 챙겨본 뒤 말없이 부엌에 남은 찬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도와 계산대에서 일했다.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조그마한 계산대 안에서 흑인들이 ‘주유기를 일부러 늦게 돌려 돈을 더 받아내려는 탐욕스러운 한국놈들,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가지 마라’고 외치는 욕설을 들었다고 한다.
박씨는 “욕을 듣는 것에 진저리가 났었다”면서 “때로는 괴혈병에 걸린 선원들처럼 서로 저주를 하며 살아갔다”고 썼다.
폭도들은 주유소 철문을 부수고 기름을 약탈해갔다. 건너편 도넛 가게는 방화로 전소됐다. 그녀는 무엇이 흑인들을 분노하게 했는지 의아하다고 기억했다. “왜 빌어먹을 동양인(gook)으로 취급받는지, 한인들의 얼굴이 기름값이나 담뱃값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