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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패배의 고통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

20세기 막바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세기말적 현상들 가운데 하나는 ‘정치의 종교화’이다. 정치가 점차 합리적 판단과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 믿음과 맹신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처구니없는 내용의 음모론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도덕적·윤리적 하자가 쏟아져 나오고 심지어 위법 행위로 사법적 판단을 받아도 무조건 옳다고 믿는 맹목적 추종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치가 마치 생사를 놓고 벌이는 물러설 수 없는 전쟁과 같은 양상으로 계속 변질돼 온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바로 그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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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미국 앞에 놓인 역사적 선택

현대사회 정치에서 국가 지도자들의 ‘위대함’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 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이 더욱 빛나 보이듯 위대한 리더십은 국가적인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한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은 예외 없이 엄청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지도자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과거 위대한 리더들의 등장을 요구하던 시대적 상황과는 많이 다르다. 위대한 리더들의 등장을 가능케 해주었던 필요조건이 주어지지 않은 현대의 대통령들로서는 자신들에 대한 박한 평가에 대해 서운함을 느낄 법도 하다.하지만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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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죽은 손’에 질식당하는 미국의 민주주의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은 유권자들로부터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보다 무려 800만 표나 더 많은 전국적 지지를 받았다. 4.5%포인트라는 압도적인 차이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바이든이 자신의 승리를 훔쳐갔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 트럼프의 선동은 급기야 폭도들에 의한 연방의회 습격이라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미증유의 폭력사태로 이어졌다.바이든은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표를 얻었지만 그의 승리를 결정지은 것은 조지아와 애리조나, 그리고 위스콘신 등 3개 경합주의 단 4만2,000표였다. 만약 이 표가 바이든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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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젊은 표심’에 다시 불을 지펴라

21세기 들어 미국정치에 있어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온 사실들 가운데 하나는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민주당을 견인해 왔다는 것이다. 2008년 정치 신인이었던 흑인 버락 오바마의 역사적인 백악관 입성을 가능케 했던 것은 밀레니얼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결과적으로 선거승리로까지 결실을 맺는 데는 실패했지만 전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2016년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 열기 또한 젊은 유권자들의 열렬한 참여와 호응이 만들어낸 현상이었다,역대급 박빙 승부를 펼친 2020년 대선의 민주당 승리 역시 젊은 유권자들의 폭발적인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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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그땐 이럴 줄 몰랐나?

22대 총선에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전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년 동안 그가 고집해 온 잘못된 국정기조를 바꾸고 민의에 좀 더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낸 목소리였지만 대통령은 별로 개의치 않는 ‘오불관언’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1년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갖는 등 겉으로는 소통과 경청을 입에 올리고 있지만 그의 행위와 발언을 통해 나오는 메시지들을 살펴보면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고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대통령은 자신의 부인을 둘러싼 의혹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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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먼저 ‘겸손한 권력’이 돼라

100여 년 전 정치에 등장한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용어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변천돼 왔다. 지금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치를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과거에는 남미 좌파정권들의 퍼주기식 경제 운용이 포퓰리즘의 대명사로 흔히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우파 포퓰리즘이 지구촌에서 점차 기승을 부리고 있는 추세이다, 유럽의 극우정치 득세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한 분석에 따르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좌파와 우파 포퓰리즘 정권의 비중이 엇비슷한 상황이다.이런 추세 속에서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도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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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여권(旅券) 양극화’가 말해주는 것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카운티 교육위원으로 활동한 문일룡 변호사는 재임 시 새로운 교육감이 부임할 때 마다 교육 관계자들을 한국으로 데려가 한국의 이모저모를 보여주고 체험토록 하는 교류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실시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한국이 세계 11번째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는 아직도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문 변호사는 “교육자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많이 바뀌어서 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설사 부정적인 면이 있다하더라도 직접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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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불평등은 숙명이 아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적 불평등’을 꼽았다.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불만을 키우고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적 기관과 제도에 대한 불신을 높여 민주적 지배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지난 40여 년 간 선진국들을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예외 없이 불평등이 심화돼 왔다. 불평등은 미국에서도 아주 극심하며, 부의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부의 대물림과 돈이 돈을 벌어주는 되먹임 작용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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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경계해야 할 '역치 상승'

진보정당 그리고 진보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걸려 넘어지는 돌부리는 ‘위선의 이미지’다. 현실정치에서 도덕성 시비가 일어나게 되면 대개 진보가 수세에 몰린다. 어떤 경위로 “진보는 곧 도덕성”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의 범법과 일탈에는 즉각적으로 ‘위선적’이라는 손가락질과 함께 한층 더 혹독한 비난과 비판이 뒤따른다.지난 4월 한국에서는 이른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터졌다. 송영길 의원이 당대표로 당선되었던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 여러 의원들에게 불법 자금이 건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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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도덕적 자족감’에 빠지게 되면…

얼마 전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의 저명한 교수가 ‘행동과학’ 연구에서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조사를 받고 있다. 문제의 교수는 프란체스카 지노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한 꽤나 명성이 높은 학자이다.문제가 된 지노 교수의 연구는 부정(cheating), 거짓말(lying) 그리고 부정직(dishonesty)에 관한 것으로 그녀는 이 연구를 10여 년 전부터 진행해왔다. 그녀의 대표적 연구 가운데 하나는 세금이나 보험 정보 같은 것을 작성하기 전에 ‘정직 서약’(honesty pledge)을 먼저 하도록 하면 작성 후 서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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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윤석열과 바이든 그리고 노조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몇 차례 만남을 통해 꽤 친밀해진 것 같다 이들은 서로를 “친구”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중국견제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국제관계 구상에 와락 안겨오는 오는 윤 대통령이 살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윤 대통령이 자신을 미국으로 초청해 최고의 예우로 환대해주는 바이든에 호감을 갖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윤 대통령에게서는 한미관계, 좁게는 바이든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저조한 국내정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고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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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석회화'된 정치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 최근 한국의 한 방송국 시사프로그램에서 정치적 성향이 완전 반대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또 연인이나 부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첫 번째 질문에는 약 54% 정도가 그렇다고 응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36% 가량이 그렇다고 밝혔다.정치적 양극화가 사회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의 조사였다. 정치적 생각이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결과이다. 하지만 설문 결과가 정치로 인해 무수한 관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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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컴포트 존’에 갇힌 대통령

조윤성 (LA미주본사 논설위원)윤석열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사랑은 각별하다.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고 난 후까지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다. 지난달에도 이곳을 찾았다. 그가 이곳을 좋아하고 자주 찾는 이유는 그의 말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서문시장만 오면 아픈 것도 다 낫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서문시장에서 기를 받아 가겠다.”이런 이유를 뒷받침해 주듯 그가 이곳을 찾을 때마다 대구 시민들과 시장 상인들은 열렬히 그를 맞이해준다. 이런 뜨거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그는 낮은 지지율로 인한 고민을 일시적으로나마 털어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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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윤석열 행정부’의 월권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대한민국 헌법은 분명하고도 단호하게 ‘삼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를 엄격히 분리시켜 서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행정권의 힘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행정부 권력이 비대해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심하다. 행정부 수장에게 통치권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끊임없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입법부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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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공로의식'과 '책임의식'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일선 취재부장 시절 기자들에게 자주 했던 당부가 있다. 동료들보다 기사 하나를 더 쓰겠다는 생각으로 일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 조직에 여러 구성원들이 속해 일하다보면 종종 내가 다른 동료들보다 더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불만이 고개를 들곤 한다. 심할 경우에는 나 빼곤 다 ‘월급도둑’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기까지 한다. 구성원들이 어떤 일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관리자이다,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취재하고 기사를 써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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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사라진 소통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윤석열 대통령은 다변가이다. 달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말을 많이 한다. 지난 대선 과정 초반에 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한 전직 언론인은 윤 대통령을 묘사하며 “1시간이면 혼자 59분을 얘기한다”고 밝힌바 있다. 1시간 중 59분은 조금 과장이 섞였겠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의 말에는 귀를 잘 기울이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또 선배뻘 되는 인사들이 뭔가 조언을 할라치면 “누구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역정을 내기 일쑤였다는 것이다.그의 이런 스타일은 대통령이 돼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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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의 하프타임] 노년의 사치

로마 최고의 지성으로 꼽히는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정계를 떠나 은둔 생활을 하던 62세 무렵에 쓴 책 ‘노년에 관하여’에서 나이 든 삶이 선사해주는 즐거움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책은 카토라는 노인이 젊은이들에게 노년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키케로는 무엇보다도 젊은 시절을 짓눌렀던 경쟁과 의무감이란 굴레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노년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꼽았다. 그는 “욕망과 갈등, 야망과의 전쟁이 끝나고 자기 자신의 자아와 함께 하는 노년이 얼마나

|논설위원,조윤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