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경동나비
엘리트 학원

[뉴스칼럼] 장기 이식 대기자 10만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16 13:15:01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올해 초 매사추세츠 주의회에 상정됐던 한 법안이 관심을 모았다.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의 장기 기증과 관련된 것인데, 자발적으로 골수나 장기를 기증하는 재소자에게는 최소 60일, 최대 365일까지 형을 낮춰 주자는 것이 골자였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재소자도 자신의 몸에 관해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고, 인종 별로 차이가 심한 기증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면서 이 법안은 철회됐다. 대신 장기를 기증해도 형의 감경 혜택이 주어지지 않도록 내용을 변경한 뒤 재상정하겠다고 발의 의원들은 한 발 물러섰다.

미국에서 재소자의 장기 기증이 이슈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미시시피 주에서는 장기 기증과 관련한 한 자매의 케이스가 관심사가 된 적이 있다.

강도혐의로 각각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던 자매 두 사람 중 한 명은 신장이 망가져 일주에 3번 투석을 받고 있었다. 여기 들어가는 주 정부 예산은 연 20여만달러. 미시시피 주지사는 건강한 자매의 신장을 다른 자매에게 이식해 주는 조건으로 이들의 형 집행을 정지하는 조처를 취했다. 재소자의 의료비 지출을 아끼지 위해 중범을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옳은 결정이냐는 반대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30대인 이들 자매는 이미 십 수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원래 이들이 저지른 강도 행각도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는 주장과 함께, 수형 생활을 감당하기 힘든 건강상태를 감안하면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형 집행 정지가 타당하다는 여론도 거셌다. 이들 자매는 장기 기증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본인의 희망과는 달리 장기 기증의 뜻을 이루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지난 2013년 오하이오 주지사는 한 사형수의 장기 기증이 가능한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행정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사형 집행 전에 신장과 다른 장기를 필요로 하는 친척에게 기부하고 싶다고 밝힌 사형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 교정당국은 전문 의료시설 밖에서 이뤄지는 장기 이식은 안전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요청을 거부했다.

인간의 이식 역사는 짧지 않다. 이미 기원전 6세기에 피부 이식 기록이 있다고 한다. 없어진 코를 세우기 위해 다른 부위의 자기 살점을 떼내 코에 이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16세기에는 다른 사람의 피부를 이식한 기록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장기 이식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1954년 신장 이식이 처음 성공했고, 그 10여 년 뒤 간과 심장 이식이 이뤄졌다.

장기 이식은 처음부터 윤리 문제를 안고 있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1984년 장기 이식법을 제정했다. 장기 확보와 이식을 위해 전국 단위의 네트웍을 발족시키면서 장기를 소모품처럼 사고 파는 행위를 일체 금지했다. 이에 따라 미 의학협회 등은 장기 기부와 관련한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있다. 장기 기증에 따를 수 있는 위험을 기증자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고, 기부를 결정했더라도 나중에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재소자의 경우는 더 엄격하다. 유타,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는 재소자의 장기 이식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연방 교도소는 재소자의 사후 장기 기증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타적인 뜻이 있다고 해도 장기 기증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살아 있는 사람이 기증한 장기로 이뤄진 이식은 6,400여 건, 사후 기증은 1만4,900여 건이었다. 반면 올해 초 현재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1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식받을 장기를 구하지 못해 매년 수 천명이 숨지고 있다. 

다음 달은 장기 기증의 달(National Donate Life Month). 꽃피는 봄 4월에는 장기 기증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운전면허 갱신 때 사후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히면 캘리포니아 면허증에는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가 되어 나온다.

[뉴스칼럼] 장기 이식 대기자 10만명
뉴스칼럼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김인구 변호사 질문 1. 트러스트가 뭔가요? 종이위에 써진 문서 아닌가요? 회사처럼 여러 경제활동을 할수 있는 법적인 존재 아닌가요?기본 성격: 종이 위에 작성된 문서가 맞음. 그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한국의 50년이 넘은 지인 장 0 0로부터 받은 해 저물녘의 아름다운 영상에 환호하고 있다.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노을의 장관은 참으로 경이롭다.

[신앙칼럼] 라함의 축복(Blessing of Raham, 마Matt. 5: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긍휼(Mercy)”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엘레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선거는 끝났다. 1년 이상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치며 당선을 위해 올인했던 대통령 후보와 지방자치 선출직 후보들이 더이상 열전을 할 일이

[시와 수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한자와 명언] 修 練 (수련)

*닦을 수(人-10, 5급) *익힐 련(糸-15, 6급)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 교육’인데, 이를 문제시 삼지 아니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월우 장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계절이 지나가는 숲에는햇빛을 받아금빛 바다를 이루고외로운 섬  통나무집에는소년의 작별인사가 메아리쳐 온다 총잡이 세인이소년의 집에서 악당들을  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최선호 보험전문인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65세 전후가 상당히 중요한 나이가 된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자영업

[애틀랜타 칼럼] 가정 생활의 스트레스

이용희 목사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었는데 책을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대표로 책을 읽으라고 많이 권유를 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후에 가장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