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주(멋진 인생·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남편의 뇌종양 수술 이후 나의 모든 일상은 예기치 않던 방향으로 점점 뒤바뀌어져 갔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했는데 여러 가지 독한 약들 때문인지 후유증이 심해졌다. 심한 우울증 증세가 다양한 형태로 표현이 되면서 감당하기 힘들고 속썩는 일들이 늘어났다. 더욱이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나를 원망하고 미워하며, 반항하는 애들처럼 비뚤어져만 갔다.
처음에는 쾌활하고 농담도 잘하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던 남편이 저렇게 폭력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웠다. 나는 참다못해 우격다짐도 해보고 소리도 질러보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점점 꼬여만 가고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비관도 되고 그런 내가 밉기도 했다. 때로는 남처럼 여기며 살아보려고도 하고, 별별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쉬운 일은 없었다. 신앙으로 극복하려고 애쓰고 몸부림쳐 봐도 역부족인 것이 마치 울리는 꽹과리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기를 8년이 지난 생일 전 날 저녁, 식탁 위에 올려진 봉투가 눈에 들어와 열어보니 노란 메모지 한 장과 약간의 돈이 들어있다.
“선주, 생일을 축하합니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합니다.”
투박한 몇 자에 모두 담아낸 남편의 마음이 밀려왔다. 수도 없이 되내어 중얼거려본다. 고맙소 고맙소… 내 안을 가득 채워주는 남편의 마음…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못되게 대한 것이 미안하고 안스러워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창가에 놓인 노란 양란꽃대에 방울 방울 맺힌 꽃망울들을 바라보며 속삭여본다. “그래 그런 거야…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듯 나의 마음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