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가난한 밀레니얼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3-02 11:46:02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몇 년 전 ‘Me vs. My Parents’라는 카툰 밈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밀레니얼들의 29세와 그들 부모의 29세를 비교하는 내용이다. 이전 세대는 29세의 나이에 집을 사거나 아이를 갖고 401(K) 투자를 하는 등 성인들의 결정들을 내렸지만 밀레니얼들은 29세에 고양이와 화초 키우는 것을 고민하는 세대라고 카툰은 묘사한다. 밀레니얼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흔히 “최고의 학력을 쌓고 제일 일은 많이 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고 일컬어진다. 밀레니얼은 1981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세대를 뜻한다. 이들의 수는 7,500만 명 정도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극성 속에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대학 입학을 위한 ‘이력서 만들기’가 미국사회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밀레니얼 세대부터였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거쳐 들어간 대학의 졸업장이 경제적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제대로 된 직장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과계열 전공자들은 더 그랬다.

교육을 많이 받았음에도 경제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이들이 직면해야 했던 외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 시장은 이미 유연화된 상태였고, 노조는 무기력했으며 심지어 금융위기로 경기도 나빠졌다. 사상 최악의 실업난 속에 좋은 대학을 나온 고급 인력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했다. 특히 나이가 좀 있는 밀레니얼들은 2008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악조건들 속에서 밀레니얼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들보다 가난해진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수치로 확인된다. 연방준비제도 연구에 따르면 밀레니얼 가구의 수입은 이전 세대인 X 세대와 베이비 부모 세대에 비해 11%와 14%가 적다. 수입은 제자리걸음인데 주거비 등 온갖 물가들은 치솟는 상황에서 부모에 얹혀사는 밀레니얼들이 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밀레니얼들이 받은 고등교육은 빚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학자금 빚이 부모 세대보다 300%나 많다. 이들이 집을 소유할 확률은 1975년도 젊은이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5명 가운데 1명꼴로 빈곤 상태이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 안전망과 직업의 안정성이 날로 잠식되면서 75세나 돼야 은퇴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월스트릿저널은 밀레니얼 세대가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 등 최근 몇 년간의 변화에 다른 세대보다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큰 빚을 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총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3조8,000억 달러 이상으로 2019년 말보다 27%나 증가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채 증가세는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파르다.

밀레니얼 세대는 경제위기 등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면서 경제상황이 좋을 때도 재정적으로 불안하다고 느끼며, 창업이나 투자 등 소득을 더 늘릴 기회에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고 월스트릿은 분석했다.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베이비부머와 달리 밀레니얼은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시기에 성공에의 기대를 받으며 태어났고 불안정한 경제시스템 속에서 가난이 주는 공포를 배웠다”는 작가 앤 헬렌 앤더슨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한 재정전문가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들이 모든 방향에서 두들겨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밀레니얼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개인적인 능력이나 태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상황과 요소들의 결과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빚 일부 탕감은 가난한 밀레니얼들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틔워주는 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연방대법원은 이 조치에 대한 적법성 심리에 들어갔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법률칼럼]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가 발표되면서 가족이민과 취업이민 전반에 걸쳐 미세한 진전만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민 희망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문

[벌레박사 칼럼] 집안에 나오는 벌레 미리 예방하기

벌레박사 썬박 집안에 벌레가 나오는 곳을 보면 유독 벌레가 많이 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는 곳이나, 벌레가 자주 보이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미국에 있는 많은

[신앙칼럼] 외모에 끌리는 시대(An Era Of Attracting To Dishonesty, 사사기Judges 21:2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21:25). 이스라엘의 영적 암흑기를 대변하는 강

[행복한 아침] 새해 앞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새해 앞에 서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송구영신으로 다망한 시간을 보낸 탓으로 돌리면서도 습관처럼 살아온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새해에는 어떠한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장석민 목사 12월 29일(일요일),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지미 카터 (Jimmy Carter) 전 대통령이 별세하였다.고인이 되신 카터 대통령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며,

[화요 칼럼] 새(new) 땅에

한 달 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행가기 전에 집 안팎을 낙엽 한 잎 없이 깨끗하게 치웠는데 뒤마당은 무화과, 장미, 사과 나뭇잎, 그리고 담장너머 뒷집 구아바(guava) 나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포유류 가운데 시력이 가장 좋은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간이다. 인간은 20/20 비전이 있고 공간 지각력이 뛰어날뿐 아니라 100만개의 색소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