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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의 논단] 4대 문명의 탄생과 미 남서부의 운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07 12: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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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LA미주본사 논설위원)

인류가 처음으로 농업을 시작한 것은 기원 전 1만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북부에서 자연적으로 자라던 밀과 보리의 조상을 집 주변에서 기르던 것이 최초의 농사였다. 그러나 그 후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인더스와 황하 등 소위 4대 문명이 일어나는데는 7,000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4대 문명은 왜 생겨난 것일까.

그 기간 동안 벌어진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농사가 앞 마당에 씨를 뿌려 곡식을 거두는 가내수농업에서 광대한 평야 전체를 농토로 삼아 조직적으로 경작하는 대규모 영농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필수적인 작업이 수로의 건설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집 앞 우물이나 개울이 아니라 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오면 대규모 농사가 가능하다는데 생각이 미친 사람이야말로 문명 건설의 개척자라 불러 마땅하다.

그러나 수로 공사에는 대규모 인력이 동원돼야 하고 그러려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힘든 공사일을 자발적으로 하려는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청동기다. 구리에다 주석을 약간 섞으면 그 전까지 사용되던 돌이나 나무와는 비교가 안 되는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를 활용해 청동제 무기로 무장한 집단이 그렇지 못한 다수를 겁박해 대토목 공사를 감행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주어진 조건이 매우 다른 4대 문명이 모두 큰 강 주변에서 청동기가 등장한 시대에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생산된 잉여 농산물은 청동기로 무장한 지배 계급과 이들의 권력은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왕권 신수설을 주장한 사제 계급을 배불리 먹였을뿐 아니라 재주 있는 인간들이 뼈빠지는 농사일 대신 특화된 기술직에 종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이들이 만든 물건을 교환할 수 있는 시장이 생겨났다. 영어로 ‘문명’을 뜻하는 ‘civilization’의 어원이 ‘도시’고 ‘도시’의 ‘시’가 원래 시장이었다는 사실은 도시와 시장과 문명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이들 4대 문명 집권 세력의 최대 관심사의 하나가 치수였다는 점은 전설적인 중국 최초의 나라 하나라 황제가 된 우 임금의 가장 큰 업적이 황하를 잘 다스린 것이었고 그 덕에 황제 자리에까지 올랐다는 고사가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로마가 주변 부족을 제압하고 이들을 복종하게 하게 한 방법의 하나가 도로와 함께 한 수로 건설이었다. 당시로서는 누구도 흉내내지 못한 첨단 기법으로 수백리 밖에서 물을 끌어오는 기술은 이들로 하여금 기꺼이 로마 문명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게 만들었다. 스페인 세고비아에 있는 로마 수로는 만든 지 2,000년이 다 돼 가는데 아직 건재하며 지금도 물을 나르고 있다.

그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인간은 물 없이 살지 못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런 점에서 미 7개 서부주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관해 낙제점을 받아 마땅하다. 벌써 오래 전부터 사태를 방치하면 극심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리라는 경고가 수없이 나왔는데도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 했다.

그 결과 LA타임스에 따르면 남가주 용수의 25%를 공급하는 콜로라도 강은 말라가고 미 서부 지역 최대 호수인 미드호와 파월호는 최대 용량에서 70%와 77% 줄어든 상태로 바닥을 드러낼 날이 멀지 않았다. 이 두 호수의 담수량은 총 5,200만 에이커 피트로 가주 최대 호수인 샤스타와 오로빌을 합친 것의 6배에 달한다.

물론 지난 23년 동안 미 서부 지역이 수백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경험했기는 하지만 서부 7개 주는 콜로라도 강이 공급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물을 흥청망청 써왔다.  이 기간 콜로라도 강의 수량은 20% 감소했는데 지구 온난화가 그 주범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수원지 온도가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수량은 9% 주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3도가 올라간 것이다. 이들은 금세기 중반까지 콜로라도 강 수량은 전세기 평균의 30~40%까지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콜로라도 강은 너무 많이 물을 빼앗겨 바다에 가지 못하고 중간에 말라 붙은 채로 끝난 상태다.

다가올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생활 습관부터 농업 관행까지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 일례로 가주가 세계 최대 생산지인 아몬드의 경우 과감한 감축이 필요해 보인다. 이 작물 하나 때문에 가주 전체 주민 생활 용수와 맞먹는 연 500만 에이커 피트의 물이 소비된다. 파란 잔디 위에 스프링클러가 돌고 집집마다 수영장에 물을 채워 두던 시대는 지나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민경훈의 논단] 4대 문명의 탄생과 미 남서부의 운명
민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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