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영국병 치료법은 EU 재가입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06 13:11:45

파리드 자카리아칼럼,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이번 주, 브렉시트(Brexit)가 3주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영국 경제가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낼 것이라는 우울한 평결을 내놓았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은 이후 서방세계를 관통한 포퓰리즘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브렉시트는 주요 경제국이 자국 최대 시장과의 관계를 격하하는 의식적인 선택이었다. (2021년, EU는 영국 전체 수출물량 가운데 42%를 받아들였다.) 영국 유권자들은 이처럼 민족주의와 정치를 경제에 앞세웠다.  

영업투자에서 수출과 고용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측면에서 영국은 다른 주요 국가들에 뒤처졌다. 싱크탱크 학자인 존 스프링포드는 이를 간단하게 설명했다. “최대 교역상대에 무역, 투자와 이민 장벽을 설치한 국가는 무역량, 투자액과 GDP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영국은 노동력 부족에서 소기업들의 수출부진, 영국과 유럽을 오가는 유로스타 열차의 통행량 축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영국이 EU에 남아있었다면 국민총생산(GDP)이 4%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인들도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한다. 한 서베이에 따르면, 영국민의 확실한 과반은 EU 탈퇴가 잘못이었다고 믿는다. 

또한 2/3는 EU 재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원한다. 현 총리이자 브렉시트 지지자인 리시 수낙은 탈퇴의 정당성을 역설하지만 자신도 브렉시트가 만들어낸 일련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영국은 아직도 자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의 국경 문제를 풀지 못했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은 더욱 타격을 입었다. 

영국민에게 브렉시트는 무너져 내린 자신감의 일부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영국의 생산성은 가파르게 추락했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집권당인 토리당의 내핍 정책은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불평등을 확대하며, 일반의 두려움을 고조시키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늘 그렇듯,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마다 기회주의적인 정치인들은 외국인들에게 책임을 돌리곤 하는데, 보리스 존슨이 그랬다. 그는 브렉시트가 영국이 앓고 있는 모든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이에 따른 경비와 혜택에 관해 거짓말을 했다. 일단 브렉시트를 통해 족쇄를 풀고 나면, 거품을 빼고 생산성을 높인 ‘글로벌 브리튼’이 테임즈강의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던 존슨의 판타지는 물거품처럼 깨어졌다. 

사실, 지금 영국은 사회복지 지출 확대, 중요산업분야에서의 연이은 파업과 임금 정체 심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존 번-머독 기자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평균적인 영국 가정은 내년 연말쯤에는 슬로베니아의 평균 가정보다 빈곤해진다. 

브렉시트의 영향은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수년에 걸쳐, 필자는 마가렛 대처에서 데이빗 카메룬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국 총리와 대담을 나눴다. 이들 개개인의 정치 철학은 달랐지만 모두가 세계무대에서 영국이 담당해야할 역할에 대한 야심찬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영국이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의 반열에 서지 못할 것이라고 시인하면서도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활기찬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영국은 역내 3대 경제대국 가운데 하나로 유럽연합내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했다. 또한 유엔 안보리 거부권, 워싱턴과의 긴밀한 관계와 강력한 국방력 덕분에 특별한 지위를 누렸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에 연결 고리를 지닌 자유 무역주의 국가의 유산을 상속한 영국은 국제적인 이슈에 아이디어와 아젠다를 창출하는 오랜  전통을 지녔다. 한마디로 영국은 어느 곳에서나 신중하게 받아들여지는 묵직한 목소리를 가졌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에 국방비 지출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외교예산과 해외지원예산, 심지어 BBC의 실질적인 기금마저 칼질을 당했다. 브렉시트와 함께 영국이 담당해야 할 더 큰 역할에 관한 논의가 실종됐고, 정치인들은 지나치게 글로벌한 듯 보이는 이슈로부터 도망쳤다. 최근 선출된 영국 총리들은 국제적인 매체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고, 어쩌다 한다 해도 주목할 만한 발언을 내놓지 않는다. 영국은 유럽연안으로부터 고립된 중간크기의 섬나라로 자체적으로, 혹은 파트너십을 통해 아젠다를 제시할만한 중량감이 없다.   

심지어 워싱턴도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시간을 거의 내주지 않는다. 언론인 닐 아스처슨이 한때 우려했듯 그레이트 브리튼은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했다. 

영국의 성장을 회복하고, 국가적 야망을 확대하며 거대한 힘의 경쟁터인 신세계의 설계자라는 핵심 위치로 돌아갈 치료법은 분명 존재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 영국은 유럽연합에 복귀해야 한다. 

리시 수낙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영국의 국운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문제를 풀어낼 해법을 갖고 있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 해법을 실행할 용기이다.   

---------------------------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영국병 치료법은 EU 재가입
파리드 자카리아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법률칼럼]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가 발표되면서 가족이민과 취업이민 전반에 걸쳐 미세한 진전만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민 희망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문

[벌레박사 칼럼] 집안에 나오는 벌레 미리 예방하기

벌레박사 썬박 집안에 벌레가 나오는 곳을 보면 유독 벌레가 많이 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는 곳이나, 벌레가 자주 보이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미국에 있는 많은

[신앙칼럼] 외모에 끌리는 시대(An Era Of Attracting To Dishonesty, 사사기Judges 21:2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21:25). 이스라엘의 영적 암흑기를 대변하는 강

[행복한 아침] 새해 앞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새해 앞에 서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송구영신으로 다망한 시간을 보낸 탓으로 돌리면서도 습관처럼 살아온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새해에는 어떠한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장석민 목사 12월 29일(일요일),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지미 카터 (Jimmy Carter) 전 대통령이 별세하였다.고인이 되신 카터 대통령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며,

[화요 칼럼] 새(new) 땅에

한 달 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행가기 전에 집 안팎을 낙엽 한 잎 없이 깨끗하게 치웠는데 뒤마당은 무화과, 장미, 사과 나뭇잎, 그리고 담장너머 뒷집 구아바(guava) 나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포유류 가운데 시력이 가장 좋은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간이다. 인간은 20/20 비전이 있고 공간 지각력이 뛰어날뿐 아니라 100만개의 색소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