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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칼럼] 투표소 복장 규정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0-10-30 10:10:45

뉴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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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를 찾을 때는 복장규정(dress code)이 있다. 물론 재킷을 걸치거나 정장 차림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청바지에 티셔츠, 샌들에 야구모자를 눌러 써도 상관없다.

 

하지만 모자나 티셔츠의 글귀는 문제가 된다. 예컨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쓰여진 빨간 트럼프 모자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Joe 2020’이라고 인쇄된 바이든 티셔츠도 허용되지 않는다. 배지나 스티커, 공화당 볼펜이나 민주당 연필도 가져 갈 수 없게 되어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 규정이다. 사전 투표소나 11월3일 투표장을 찾는 LA와 오렌지카운티 등의 유권자들은 이 사실을 유념하는 것이 좋겠다. 규정에 어긋나면 투표소 종사자들이 이를 없앨 것을 요구하거나, 되돌려 보낼 수 있다. 각 주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의외로 투표소 규칙을 까다롭게 정해 놓은 주가 많다.

 

캘리포니아는 기표소 100피트 안에서는 이 규정을 지켜야 한다. 바이든의 출신 주인 델라웨어는 이보다 엄격해 50피트, 아이오와 주는 복장규정이 없는 대신 ‘정치적 차림’을 한 사람은 기표 즉시 투표소를 떠나게 되어 있다.

 

당연히 자유 정신의 미국 유권자들이 순순히 이를 따를 리 없다. 지난 예비선거 때 반 트럼프 구호의 티셔츠를 입고 투표소에 온 뉴햄프셔의 한 여성은 규정 위반 지적을 받자, 과감하게 웃통을 벗어 던지고(topless) 투표를 했다.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소송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미네소타 주의 유권자 연맹이란 단체가 제기한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로, 연방 대법원은 모호한 규제 조항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투표소 규정 자체를 위반으로 보지는 않았다.

 

의외로 미국의 투표소 운영 규칙이 까다롭다고 느껴지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세기 미국의 선거일은 위험하고 요란한 날이었다. 투표소 주변에는 투표 불량배(poll hustler)로 지칭되던 갱들이 설쳤다. 정당들은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한 표를 확보하기 위한 뇌물, 협박, 때로 폭행까지 자행됐다. 한국의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는 낭만적이었던 셈이다.

 

이번 선거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불안해 하는 일부 미국인들이 총기를 사고, 일부 사재기 현상이 있다는 것은 이같은 흑역사 때문이다.

 

19세기 대표적인 미국 작가중 한 사람인 에드가 앨런 포가 선거 며칠 뒤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것은 이같은 투표소 폭력의 희생자였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이 정도로 엉망이던 투표소가 재정비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투표소 인근에서 이뤄지는 잠재적인 위협 행위는 엄격하게 규제되기 시작했다. 구호를 외치는 등 캠페인 행위도 금지됐다.

 

루이지애나 주는 선거일, 투표소 600피트 안에서는 일체의 캠페인을 금하고 있다. 미시간 주는 투표장 100피트 안에 특정 후보의 지지 사인판을 붙이면 경범죄로 기소한다.

 

애매한 회색 지대는 있다. 예컨대 ‘BLM(흑인 생명도 귀중하다)’등의 구호는 어떻게 볼 것인가. 성적 범죄와 관련한 주민투표가 있을 때 ‘MeToo(나도 당했다)’라는 티셔츠를 입은 유권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의 의문이 제기된다.

 

갈수록 이 이슈의 무게가 떨어지는 것은 투표장 대신, 부엌의 식탁 위에서 하는 투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만 해도 우편 투표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11월3일 투표소를 찾을 예정이거나, 그 전에 사전 투표센터에서 조기투표를 할 계획인 유권자들은 각 주마다 다른 투표소 규정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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