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앙리 마티스<1869∼1954>는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대의 화가로 꼽힙니다. 두 거장은 각자의 화폭에서 무한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피카소가 선과 형을 창안했다면, 마티스는 문명이 정해준 규정을 벗어난 색깔의 무한한 자유를 추구했고, 마침내 만년 불세출의 걸작을 만들어냅니다. 피카소가 “그는 뱃속에 태양을 품고 있다”는 찬사를 하며 그를 질투하게 만든 마티스 말년의 색종이 연작들이 그것입니다.
원색의 대비에 의한 선명한 표현을 시도한 그는 야수파의 창시자로 일생 동안 색채의 표현에 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표현은 화가가 주체적으로 화면에 만들어내는 색과 모양의 결합을 의미하며 그것은 긴밀한 질서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의 작품은 모든 구성요소의 균등한 비중에서 또 비중의 조화에서 성립되고 있습니다. 다양하면서도 단일할 것, 그 안에서 질서 ,조화의 창조가 그의 평생 과제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균형이 잡힌 무구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지쳐버린 사람에게 조용한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그림을"
말년에 마티스가 여러 가지 중병으로 고통 받던 때 도미니크 수도회의 한 수녀가 그를 정성껏 간호해 준데 대한 보답으로 수녀를 위한 '로제르 예배당 ( Chapele du Rosarie)'을 짓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한 이 예배당은 '마티스 예배당'으로도 불리우는데 이 예배당은 그의 예술의 집약이며 명쾌함과 단순함이 넘치는 조형으로 평가됩니다. 미술가로 축복받은 자신의 모든 재능을 투여하고 모든 기법과 재료를 총 동원해서 1951년에 완공하게 됩니다. 예배당 안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색판 유리를 접합시켜 교회 안팎을 장식하였는데 손수 디자인하고 그려서 본인이 직접 완성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도 색채를 중요시 한 마티스의 작업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당시 심혈을 기울인 것 중 하나가 종이를 오려 붙인 재즈 일러스트였는데 이는 예술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고 전시는 물론 책으로 출판하여 파리화단의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로제르 예배당이 자신의 신앙과 미술 기법을 집대성한 공간이라면 책 '재즈'는 예술과 인생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은 책입니다.
'가위로 그린 소묘'라고 불리는 이 작업은 시대를 달리하는 작가들의 글과 그것을 보고 연상한 이미지를 결합시켰는데 이것은 원색의 색종이를 잘라 붙이고 화려한 색채의 불투명한 수채 물감(과슈)으로 채색한 응용 미술입니다. 말년에 관절염과 각종 지병으로 더 이상 붓을 들어 채색을 할 수 없게 되자 대신 가위를 들고 시작한 것입니다. 이 작업은 1954년 니스에서 숨질 때까지 17년 동안 그의 혼을 불태우며 재즈 악보, 스테인드 글라스, 태피스트리, 책 표지, 장식화 등 미술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꽃피운 마티스표 색종이 연작들의 찬란한 잔치라 할 수 있습니다.
‘가위는 연필보다 훨씬 감각적이다’라고 하면서 여러 모양의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이 작품에서 원색의 색종이를 사용한 것은 현실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직감에 의해 사용한 것입니다. 그는 사물을 나타내고자 색을 사용하지 않고 작품에 어떤 색이 필요한 가에 따라 색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장소와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마티스의 작품은 백색의 큐브인 전시공간과 액자에 갇힌 것만이 미술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 일깨워 주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