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진료하다가 환자들에게서 소변에 대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이중 하나가 거품뇨다. 소변볼 때 거품이 많았다가 적었다가 하는데 혹시 몸에 이상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는 것이다.
거품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다섯 가지를 집중적으로 물어본다.
첫째, 거품 방울이 큰지(크기) 여부다. 소변을 보면 크고 작은 거품이 생길 수 있다. 거품 크기는 쌀알만 한 것부터 콩알 크기, 100원짜리 동전 크기 등으로 다양하다.
물로만 이뤄진 물방울은 크게 생기지 않는다. 큰 거품이 생겨 터지지 않으려면 표면장력이 작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속에 비누 성분과 같은 물질이 들어 있어야 한다.
소변의 경우 단백질이 소변 방울의 표면장력을 높인다. 소변볼 때 큰 거품 방울이 생긴다는 것은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배출되는 현상인 단백뇨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거품이 변기에 얼마나 넓게 차는가(넓이) 여부다. 단백뇨에 의한 거품은 양이 일반적일 때보다 확실히 많은데 대개 양변기에 물이 차 있는 부분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품이 많다.
셋째, 거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가(지속성) 여부다. 소변에 단백질이 들어 있지 않으면 거품 방울이 생겼다가도 금방 꺼진다. 하지만 소변을 본 뒤 한참 동안 지켜보았는데도 거품 방울이 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면 단백뇨를 의심해볼 수 있다.
넷째, 변기 물을 내린 뒤에도 거품 방울이 변기에 붙어 있는가(점착성) 여부다. 물을 내린 뒤에도 거품이 휩쓸려 내려가지 않고 일부가 변기에 많이 붙어 있다면 단백뇨일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거품뇨 증상이 소변볼 때마다 되풀이해서 나타나는가(반복성) 여부다. 거품뇨가 어쩌다 하루 또는 이틀쯤 나타났다가 없어지는지, 아니면 계속 나타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루에 소변을 여덟 번쯤 보는데, 이중에서 거품뇨가 몇 회 생겼는지, 그리고 며칠 동안 거품뇨가 발생했는지에 따라 거품뇨 원인을 달리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소변은 ‘몸의 창(窓)’이라거나, ‘신성한 액체’라고 불렸다. 소변을 눈으로 볼 수 없는 몸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신비한 물질로 여긴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소변에 거품이 있으면 콩팥이 나쁘다’고 기록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검투사가 있었다. 검투사는 싸우는 도중 죽을 수도 있고, 싸움에서 지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때로는 심하게 부상당한 검투사가 의사 치료를 받기도 하는데, 치료 도중 사망하면 외과적 치료를 받다가 곧바로 부검하기도 했다. 의사들은 이 과정에서 해부학과 병리학 지식을 쌓았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평소 거품뇨가 있던 검투사를 부검해보니 콩팥 크기가 작아져 있거나, 콩팥 표면이 우둘투둘해져 있었다. 색깔이 거무스럼하게 변한 경우도 있었다. 콩팥 이상에 의한 단백뇨가 거품뇨로 나타났던 것이다.
소변을 보았는데 변기에 거품이 많이 보인다면 무심코 넘기지 말고 최소한 며칠 동안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위의 다섯 가지에 해당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심한 소변 관찰이 콩팥병을 조기 발견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