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발표 후 시총 2,000억달러 증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가 전 세계 증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높아진 눈높이에 못 미치자 다른 AI 기업들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나라들의 주가도 추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미국 고용보고서나 소비자물가지수와 맞먹을 정도로 전 세계 경제에 강력한 파급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29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약 7%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 넘게 증발했다. 엔비디아는 높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은 뒤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 하락 폭을 8.4%까지 키웠다. 다른 AI 관련 기업들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며 시가총액이 총 1,000억달러 줄었다. 브로드컴과 AMD가 각각 2% 내렸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이 1%씩 하락했다. 나스닥 선물도 약 1%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도 엔비디아 실적 발표 이후 쏟아진 실망 매물에 1% 하락해 2,660대로 주저앉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7.55포인트(1.02%) 내린 2,662.28로 집계됐다. 지수는 전장 대비 32.65포인트(1.21%) 내린 2,657.18로 출발해 장중 2,649.56까지 하락하기도 하는 등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가 3.14% 하락한 가운데 엔비디아와 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5.35%), 한미반도체(-9.45%), 디아이(-8.83%)의 주가가 급락했다.
전날 엔비디아는 2분기(5∼7월) 매출과 주당 순이익(EPS)이 각각 300억4,000만달러와 0.68달러(909원)로, 월가가 예상했던 매출(287억달러)과 주당 순이익(0.64달러)을 모두 뛰어넘었다고 발표했다. 3분기(8∼10월) 매출 역시 325억달러로 월가 전망치(317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분기 매출 전망치가 시장 기대치와의 차이가 3%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3분기 매출 총이익률이 75%로 시장 전망치(75.5%)보다 낮게 나타난 점이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이제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에서 엔비디아 실적이 고용보고서 같은 주요 경제지표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160% 이상 뛰면서 시가총액 면에서 애플에 이어 2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