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4개월 앞두고 ‘리셋’
민주당 카말라 대세론 확산
펠로시·클린턴 등 잇단 지지
뉴섬·그레첸 등 경쟁자들도
반 트럼프 재결집 계기 주목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선 포기 발표와 함께 자신을 대신할 대통령 후보로 지지를 선언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내부에서 대세론을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의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발표 하루만인 22일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의 대선 후보직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이후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 주요 모임의 핵심 관계자, 해리스 부통령의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로 인식됐던 인사들이 잇따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해 대세론이 확고해진 가운데 마지막 허들로 여겨졌던 당의 핵심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연방하원의장을 지낸 민주당의 거물급 여성 정치인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거대한 자긍심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무한한 낙관론으로 나는 해리스 부통령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자신과 해리스 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올린 이 글에서 “나는 그녀가 11월 대선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또 이에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21일 엑스(X)에 올린 공동성명을 통해 “해리스를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성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주)과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주), 패티 머레이(워싱턴주) 등 의회 중진들이 해리스 지지 대열에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서 하차하면서 대선후보 잠룡으로 분류되던 인물도 잇달아 해리스 부통령 곁에 섰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 잠룡으로 거론되던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해리스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렇게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체 후보로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이 됨에 따라 민주당이 향후 대선에서 ‘검사 대 중범죄자’ 구도를 부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시 미국에서 유색인종 여성으로는 최초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그는 2004년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오른 데 이어 2011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으로 선출된 이력이 있다.
이 같은 검사 경력은 갖가지 범죄 혐의로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대선 결과 뒤집기’, ‘기밀문서 유출’, ‘조지아주에서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총 4건의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4개 사건에서 제기된 혐의만 88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성 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에서는 지난 5월 유죄 평결을 받아 ‘중범죄자’라는 꼬리표까지 단 상태다. 민주당으로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대립 구도를 놓칠 이유가 없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에 낙점됐을 당시에도 트럼프 저격수를 자임한 바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22일부터 대선 후보직 확보와 본선 대결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그는 이날 오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바이든 선거캠프를 방문했다.
한편 민주당 전국위원회 산하 규칙위원회는 바이든 사퇴 후속 조치로 오는 24일 회의를 열고 새 대선후보 지명 절차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전국위원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다. 제이미 해리슨 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회의 소집 일정을 알리면서 논의 과정은 “투명하고 질서정연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