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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언론 자유와 명예훼손 소송

지역뉴스 | | 2024-06-27 11:20:13

법률 칼럼,최현무,변호사,언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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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수정헌법 1조에서 정한 언론의 자유 규정은 미국 민주주의를 유지해 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헌법 조항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으며,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

미 수정헌법 1조의 언론 자유 보호와 관련한 기념비적 판결이 1964년 대법원에서 결정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판결이다.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의 경찰이 민권운동 시위자들을 탄압한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뉴욕타임스에 실었다. 현지 경찰의 부당한 조치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이었는데, 몽고메리 경찰국장인 설리반이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광고 중 부정확한 내용이 포함되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므로 광고를 게재한 신문사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하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근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미 남부지역에서 정부 관리들이 뉴스 보도 기관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이유로 손배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과 같았던 것으로 민권 탄압의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남부 여러 주 관리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계류 액수가 모두 3억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소송에서 원고 설리반은 게재된 광고 내용 중 부정확했던 내용들을 적시했다. 킹 목사가 7번 체포됐다고 썼는데, 실제로 체포된 것은 4번이었고, 여러 트럭의 경찰들이 앨라배마 주립대학을 포위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경찰이 캠퍼스 부근에 배치되었으나 캠퍼스를 에워싸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법원은 뉴욕타임스가 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수정헌법 1조가 명예훼손적인 출판을 보호하지는 않는다”며 하급 법원의 판결을 인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 대법원에 상소했다.

연방 대법원은 9대0 만장일치로 결정된 판결에서, 미국의 핵심 언론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적인 이슈에 대해 “억제되지 않은, 활발한, 활짝 열린” 토론이 필수적이고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으려면 숨 쉴 공간이 있도록” 보장해야 된다고 말하며 자유 토론에서 부정확한 내용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공공 관리들이 자신의 공적인 행위에 대한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을 클레임하려면 보도 기관이 “실제적인 악의”를 갖고 보도했다는 것, 즉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도 썼거나, 사실 여부를 전혀 무시하고 무모하게 썼다”고 원고 측에서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 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공공 관리뿐만 아니라 공인, 즉 유명 배우나 가수, 운동선수들에 관한 기사에도 “실제적인 악의” 증명 요건이 적용되었다. 이런 이들에 관한 기사를 쓰다가 다소 부정확한 내용이 있다고 해도 실제적인 악의가 있었음을 원고 측에서 증명하지 않는 한 명예훼손으로 소송해도 이길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공인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미국만큼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원고 측에 거증책임을 돌리는데 반해,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피고측(보도기관)이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법 원칙을 유지한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JTBC, 경향신문 등 언론사가 검찰로부터 압수 수색을 당했으며 기자와 언론사 대표의 주택까지 압수 수색했다고 한다. 물론 과거 민주화 이전처럼 정보 수사기관이 언론을 탄압하고 기자를 영장도 없이 무조건 잡아 연행 구속하던 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하더라도 언론 취재에 아주 부정적인 압박을 가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올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약 65점으로 180개 국가 가운데 62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언론사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 수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형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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