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성장잠재력 3% 전망
이민·여성노동·AI 등 영향
미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고성장을 이어왔던 1990년대 수준의 성장 잠재력을 향후 10년 내 다시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선진국일수록 성장 여력이 줄어든다는 경제 통념을 뒤집는 분석이다.
이민과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증가가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웰스파고 뱅크는 11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10년 동안 2.5~3%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기록한 연평균 잠재성장률 1.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수치다. 꾸준한 성장과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 균형을 이루는 성장률로, 잠재성장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물가 급등 없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이같은 잠재성장률은 주요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고 갈 주요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1950년대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노동인구가 줄어들고 노동생산성도 떨어지는 탓이다.
연방의회 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잠재성장률은 1950년부터 1973년까지 연평균 4.0%였지만 1974년부터 2001년까지 3% 초반으로 낮아진 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1.9%로 내려갔다. CBO는 올해부터 10년간 잠재성장률이 평균 2.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다.
웰스파고의 전망치는 CBO의 추정보다 최대 1%포인트 더 높다. 미국 경제의 부흥기로 불리는 1990년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팀은 “높은 잠재성장률의 힘은 시간이 갈수록 복리 효과로 경제가 점점 가파르게 커진다는 데 있다”며 “만약 2.2%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2050년에 미국 경제는 지금보다 80% 더 커지지만 3.0%라면 확장 규모가 120%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는 잠재성장률 상승의 배경으로 ▲이민 증가 ▲제조업 강세 ▲원격근무 확산에 따른 여성 인력의 노동 참여 등을 꼽았다.
AI와 반도체 등 자본 투자 증가도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주요 배경이다.
웰스파고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업 투자가 팬데믹 이전보다 60% 높아지는 등 AI 투자의 초기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는 인터넷이 도입됐던 1990년대 수준으로 생산성 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