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억5천만→5천만불로
모기지 잔액 절반도 안돼
상업용도 숏세일 급증세
LA 다운타운도 한파 계속
팬데믹 후 재택근무 확산 등에 따른 공실률 증가와 금리 인상 여파로 오피스 및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제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뉴욕 맨해턴에서도의 상업용 건물이 무려 3분의 1토막 난 헐값에 팔리게 되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가 빌딩 가치 추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은 뉴욕 맨해턴 중심 지역인 44번가의 10층짜리 상업용 건물이 숏세일 매물로 나와 5,000만 달러 미만의 가격에 거래가 합의됐다고 보도했다. 이 건물은 지난 2018년 릴레이티드 펀드 매니지먼트가 1억5,300만 달러에 매입했던 것으로, 불과 6년여 만에 건물 가치가 70% 가까이 추락한 셈이다.
이번 거래는 현 소유주인 릴레이티드 펀드 매니지먼트가 대출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채권자인 캐내디언 임피리얼 상업은행의 동의하에 새로운 구매자에게 넘기는 숏세일 거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경매로 넘어가기 전 채권자가 대출 잔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규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형태의 거래다. 은행 측이 이 건물을 담보로 빌려준 대출 가운데 아직 남은 잔액은 매각가의 두 배가 넘는 1억 달러 안팎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오피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대출액보다 더 낮아지는 경우가 늘면서 숏세일이 증가하고 있다”며 “은행들은 공실이 많은 상업용 부동산 관리를 떠안기보다 채무자와 협의해 새로운 구매자를 구해 넘기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또 다른 뉴욕 중심가 오피스 빌딩이 헐값에 매각됐다. 블랙스톤이 2014년 6억5,000만 달러에 매입했던 1740 브로드웨이 빌딩은 지난달 초 1억8,600만 달러에 팔기로 대출기관과 협의됐다. 이 건물에 대한 최초 대출액은 3억8,000만 달러였다.
현재 LA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주요 대도시의 오피스 및 상업용 부동산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증가 및 고금리에 따른 여파로 리스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공실률과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 무디스레이팅스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담보증권(MBS)의 기초자산이 되는 대출의 연체율은 6.4%로 201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은 LA 다운타운 고층빌딩들에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LA 다운타운에서 3번째로 높은 LA의 상징적 고층빌딩의 하나인 ‘에이온(AoN) 센터’는 지난해 12월 1억4,780만 달러에 매각됐는데 이는 마지막 매매가에 비해 무려 45% 낮은 액수로 거래된 것이다. 지난 2014년 2억6,850만 달러에 거래됐던 것이 10년만에 가치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매각된 40층짜리 다운타운 유니언뱅크 빌딩도 2010년 배입가의 절반 수준인 1억400만 달러로 급락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