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이 전례 없이 과열됐던 팬데믹 기간 바이어 사이에서 홈인스펙션을 실시하지 않는 관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당시 구입 경쟁이 워낙 치열해 바이어 보호 조항인 홈인스펙션 컨틴전시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셀러에게 유리한 오퍼 조건을 제시하는 바이어가 많았다. 주택 시장 열기가 다소 잠잠해진 최근에도 일부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홈인스펙션 권한을 포기하는 바이어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홈인스펙션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조언한다. 자칫 엄청난 비용의 수리비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거주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고 발생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리비 요구 없는‘정보 목적’점검이라도
반드시 참석·철저한 점검 위한 사전 준비
◇ 시장 과열되면 포기 늘어
홈인스펙션은 주택 구매 계약이 체결된 뒤 일정 기간 이내에 바이어가 매물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이다. 홈인스펙션은 대부분 전문 점검 업체를 통해 이뤄지는데 결과에 따라 바이어가 구매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바이어보다 매물이 많아 바이어에게 유리한 시기에는 거의 모든 바이어가 홈인스펙션 권한을 사용해 매물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그러나 요즘처럼 매물이 부족해 주택 구입이 힘든 시기에는 홈인스펙션 권한을 포기한 오퍼가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홈인스펙션 권한을 포기하면 주택 구입이 수월할지 몰라도 여러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 ‘수리비·인명 피해’ 등 여러 위험
주택 구입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평생 가장 큰 규모의 구입이다. 큰 규모의 구입에 나서면서 구입할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경솔한 행위다. 예를 들어 홈인스펙션을 통해 발견된 결함을 수리하는데 수만 달러의 비용이 소용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에도 구입을 강행할 바이어는 많지 않다.
비용뿐만 아니라 거주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결함이 발견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홈인스펙션을 통해 배선 결함으로 인한 화재 위험, 구조물 결함에 따른 인명 사고 위험, 곰팡이 등 인체 치명적인 오염 물질 등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홈인스펙션 비용은 건물 크기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400~500달러선이다. 몇백 달러로 ‘이 집을 구입해도 괜찮다’라는 마음의 확신을 얻을 수 있다. 반면 홈인스펙션을 포기할 경우 수만 달러가 넘는 비용이 발생할 문제점을 간과하기 쉽다.
◇ 수리비 요구 없는 ‘정보 목적’ 인스펙션
여러 위험에도 불구하고 홈인스펙션을 포기하는 이유는 셀러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홈인스펙션 권한이 빠진 오퍼는 셀러가 수리를 하거나 수리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셀러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 홈인스펙션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주택 거래도 비교적 빠른 기간 내에 원활히 진행된다.
만약 지역 주택 시장 과열로 홈인스펙션 컨틴전시가 포기가 고려된다면 구매 계약 취소 권한 포기 없이 정보 목적의 홈인스펙션 실시를 셀러 측에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홈인스펙션 절차를 진행하되 발견된 결함에 대해서는 셀러 측에게 수리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다만 결함 정도에 따라 바이어가 기존에 체결한 구매 계약을 취소할 권한은 유효하기 때문에 바이어와 셀러 양측에 어느정도 공평한 조건으로 여겨진다.
◇ 반드시 참석
홈인스펙션 당일 바이어는 가급적이면 시간을 내 참석하는 것이 좋다. 매물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과 보고서를 통해서만 검토하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 홈 인스펙션에 직접 참석하면 나중에 입주해 살게 될 집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홈인스펙션에 참석하려면 사전에 일정을 잡아야 한다. 인스펙션에 소요되는 시간은 1~2시간에서부터 반나절씩 걸리기도 한다. 인스펙터와 함께 집안 곳곳을 둘러본 다음 설명을 듣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 사전 준비
철저한 홈인스펙션을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홈인스펙터가 집안 곳곳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셀러측의 협조가 필수다. 냉난방 시설이나 전기 시설, 상하수도관 시설 등을 점검하려면 전기, 개스, 수도 서비스 등이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셀러가 이미 이사를 나갔거나 빈 지 오래돼 유틸리티 서비스가 끊긴 경우에는 반쪽짜리 홈 인스펙션이 되기 쉽다. 전기룸 등이나 다락에 잠금장치가 있다면 홈인스펙터가 방문 전 열어놔야 한다. 홈인스펙터의 접근을 막는 물건들도 사전에 치워두도록 한다.
◇ 집 ‘건강 상태’ 파악
홈인스펙션 업체를 가정 주치의로 여기면 적당하다. 홈인스펙션 업체를 통해 집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들어볼 수 있다. 당장 작동이 가능하더라도 곧 수명이 다 돼 수리나 교체가 필요한 설비가 있는지 문의한다. 지붕, 수도관, 냉난방 시설, 워터 히터, 창문, 전기 배선 등 주택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설비의 경우 수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다가올 교체 시기를 미리 파악해 교체 비용을 마련하도록 한다.
◇ 집 관리 상태 파악
같은 해에 지어진 집이라도 집주인의 관리 여부에 따라 현재 상태는 천차만별이다. 에어컨과 히터를 매년 점검해 간단한 청소라도 실시한 경우 설비의 수명을 연장해 당장 수리 또는 교체가 필요하지 않다. 반면 사용하는 동안 한 번도 점검을 받지 않은 설비는 현재는 별 무리 없이 작동하는 것 같아도 고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