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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만큼 다 썼나?”…소비 본격 둔화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4-06-03 08:55:35

소비 본격 둔화,지갑 닫는 미국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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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미국 소비자

유권자 ‘물가’ 가장 걱정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Shutterstock>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Shutterstock>

 

 

미국 소비자들이 드디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 전망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이 다시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미시건 주립대의 조사에 따르면 5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소비자가 현재 및 향후 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2021년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향후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이 가계부에 미칠 영향,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 실업률 증가, 이자율 상승 등이 소비자 심리 지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제 지갑 닫을 때

향후 경제에 대한 소비자의 비관적인 전망이 소비 행태에 변화를 불러왔다. 최근 패스트푸드, 주택 개조 공사, 의류 구입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소매 지출에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맥도널드, 홈 디포, 언더아머, 스타벅스 등 대형 소매업체가 최근 실망스러운 영업 실적을 잇달아 발표했다. 2월과 3월 큰 폭으로 오른 소매 판매는 4월 들어 둔화세를 나타냈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지출로 지난 2년 동안 미국 경제를 견인한 소비자들이 이제 ‘지갑을 닫을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에 의한 압박이 결국 고소득 가구의 소비 행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과 함께 최근 몇 개월간 회복세가 둔화하는 모습이다. 신규 일자리가 줄고 임금 인상 속도가 더뎌졌으며 특히 소비자들은 주택, 차량, 가전제품과 같은 큰 구매를 자제하고 있다.

 

■유권자 최대 관심사 ‘물가’

경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관적 전망이 올해 대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특히 바이든 선거 캠페인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설문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갤럽이 4월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유권자는 36%로 2월과 3월(각각 30%)에 비해 증가했다. 또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높은 생활 물가를 걱정하는 유권자도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을 앞두고 초조해진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대국민 경제 메시지 횟수를 늘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해소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의료비와 주택 비용을 낮추고 중산층의 세금을 인하하기 위한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레드 번스타인 바이든 경제자문위원회 회장은 “높은 물가 부담에 허덕이는 가구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며 “동시에 억만장자와 대기업이 공평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선거 캠페인은 “세금을 낮추고 임금을 인상시켜 모든 미국인에게 희망을 주겠다”라며 “미국인이 향후 4년간 바이드노믹스를 더 이상 부담하도록 하지 않겠다”라고 비난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경제가 지난 수년간 인플레이션 급등 속에서도 침체하지 않고 강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소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종료와 함께 그동안 두둑해진 저축 통장과 정부 지원금을 무기 삼아 폭발적인 소비에 나섰다. 그러나 가계부가 다시 얇아지고 그 사이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최근 다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가시지 않는 소비자 불안감

4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 비용과 개솔린 가격이 여전히 높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중 개솔린 가격은 유권자 표심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5월 중순 기준 전국 평균 개솔린 가격은 갤런 당 3달러 61센트로 올해 초보다 50센트나 올랐다.

소비자가 개솔린 가격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민주당 여론 조사원 셀린다 레이크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개솔린 가격 상승을 접한 소비자들이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경제 관련 긍정적인 소식이 나와도 유권자들 현재 ‘다음에 또 안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여파를 느낀다는 대형 소매 업체가 많아졌다. 스타벅스의 경우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숫자가 전보다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 지난달 실적 발표회에서 “올여름 나타날 인플레이션 여파에 대해 우려한다”라며 “정부 지원금을 소진한 고객들이 지출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싼 개솔린 찾아 삼만리

피츠버그 주민 제니 심커스는 최근 모든 지출 시 두 번 생각한다. 이미 외식은 줄였고 싼 개솔린 가격을 찾아 옆 동네를 찾는 일도 잦아졌다. 얼마 전 진공청소기가 망가졌을 때 수리를 맡기지 않고 3일 동안 고쳤지만 헛수고였다. 심커스는 “예전 같으면 ‘까짓것 새 청소기 사고 말지!’ 했겠지만 이제는 한 푼이라도 절약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한탄했다. 바텐더로 많은 월급을 받았지만 팬데믹 기간 술집이 문을 닫아 지금은 낮은 월급에 하루 하루 살아간다.

샌 앤토니오에서 우버와 도어 대시 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앤서니 세나도 개솔린 가격이 가장 큰 관심사다. 일주일에 약 40시간 운전을 하는데 개솔린 가격이 너무 올라 어떤 날은 하루 수입을 자신의 SUV 개솔린 구입에 다 써야 할 때도 있다.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모를 때가 많아 그만둘까를 고민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그나마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거리 등을 고려해 손님을 골라 태우는 수밖에 없다고 세나는 한숨 짓는다. 지난 대선에서 개솔린 가격과 경제 등을 고려해 트럼프를 찍었던 세나는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 못 했다.

세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를 잡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개선된 것은 없다”라며 “이번 대선에서 경제 문제를 확실히 해결할 다른 후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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