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매출 둔화세 본격
“AI폰 만병통치약 아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제조업체들이 인공지능(AI) 폰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실제 매출 촉진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2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우진호 선임 애널리스트는 올해 스마트폰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AI폰이 시장에 만병통치약이라 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장조사업체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 자료를 근거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매출액이 지난해와 같이 전년 대비 4% 증가, 5,39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또 2025년과 2026년 매출액은 각각 전년 대비 2%와 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인도량 규모는 지난해에 전년 대비 3% 감소하는 등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3% 늘어 2022년과 유사한 12억50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과 2026년 예상 성장률은 각각 2%로 추산됐다.
산업이 성숙 단계에 진입했고 중고 휴대전화 매매시장도 발달한 만큼 연간 인도량이 코로나19 이전처럼 14억개에 이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AI 스마트폰이 매출액이나 인도량 증대에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정보를 처리) AI 기술을 적용한 갤럭시 S24를 내놓은 것을 비롯해 업계에서는 구글·샤오미 등이 AI폰을 출시한 상태다. 애플도 가을께 출시될 아이폰 신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신경망 처리장치(NPU)를 탑재한 AI폰 인도량이 올해 2억4,000만대가량을 기록, 전체 인도량의 약 22%를 차지할 것으로 보기도 했다. 보고서는 하지만 “AI는 프리미엄 기기에서 표준 사양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AI 관련) 애플리케이션 숫자가 제한적”이라면서 아직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갖춰지지 않은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신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 회복이 전체 인도량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올해 중국의 스마트폰 인도량은 전년 대비 4.3% 늘어나 세계 평균보다 소폭 높을 전망이라는 것이다.
다만 1분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는 삼성전자(20%)가 애플(18%)·샤오미(1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중국에서는 애국 소비 흐름 등의 영향으로 상위 5개 업체 중 애플(16%)을 제외한 4개 업체가 중국 브랜드였다.
한편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납품하기 위한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와 관련, 삼성전자의 HBM 매출이 느리게 성장하더라도 회복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와카스기 마사히로 선임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매출에서 HBM 기여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면서도 “AMD 등의 업체에서 추가적인 HBM 수요가 있을 수 있는데 경쟁업체 SK하이닉스는 공급능력 상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