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자율 등 불안요소
고공 인플레이션 여파 지속
맥도널드·스벅 등 실적 악화
버버리 등 명품 매출도 줄어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동안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부유한 사람들마저 소비에 더 신중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미시건대학이 내놓은 5월 소비자심리 예비치는 67.4로, 전월 77.2에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각 가정의 살림살이에 대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물가와 실업률, 이자율 모두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소비자의 소비 습관도 바뀌고 있다.
맥도널드와 스타벅스를 비롯해 가정 인테리어 소매점 홈디포,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 아머 등이 최근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물론 소매판매도 2월과 3월만 해도 양호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4월에는 보합세였다.
반면,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부문 수익이 크게 늘고 고소득층 쇼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1분기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는 여전히 눈에 띄게 강세를 유지하지만,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 노력이 이어지고 금리 인하도 늦어지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둔화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프리 로치는 WP에 “지난 몇 년간 경제는 가계 지출에 주도됐고, 이제 사람들은 ‘이만 줄이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마침내 고소득층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은 인플레이션이 치솟은 지난 몇 년 동안 성장을 촉진,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물가가 계속 높게 지속되고 여분의 예금이나 경기 부양용 지원금 등도 점점 사라지면서 가계들도 결국 소비 줄이기에 나섰다.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 락스만 내러시먼은 지난 달 실적 발표 때 “소비자들이 좀 더 신중해지는 데 따른 영향을 느끼고 있다”며 “많은 고객이 소비처를 놓고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부유한 미국인들도 지출에 더 신중하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돈 많은 미국인은 지출을 통해 미국 경제의 활력에 많은 역할을 해왔지만, 내일이 없을 것처럼 소비를 과시하던 그들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명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지난 3월 말에 끝난 회계연도에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도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고급 주류 부문의 수요가 급감했다고 밝혔다.
하트퍼드 펀드의 야콥슨은 “기업의 CEO들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소비자들의 반발 때문에 가격 인상에 주저하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CNN에 전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의 경제 정책이 미국인들의 재정 여건을 개선했다고 이해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경제 문제에서 바이든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제가 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약 36%였는데, 2월과 3월에는 30%였다. 인플레이션과 높은 생활비가 우려된다고 말한 응답자도 전월보다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