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SE 최우수 친환경 차량
프리우스 전 모델 친환경성 대체로 ‘우수’ 평가
흔히 친환경 차량하면 전기차를 떠올리기 쉽다. 조용한 모터가 뿜어내는 엄청난 회전력, 연기 또는 개솔린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것 등이 전기차의 장점이자 개솔린 차량과 구분되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차량 판매 시장에 출시된 전기차 모델은 50여 종이 넘을 정도로 전기차는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동안 인기를 끌던 전기차가 잠시 주춤한 사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다시 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아직은 친환경 측면에서 전기차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인한 환경 오염도를 조사하는 비영리단체 ‘미국 에너지 경제 효율 위원회’(ACEEE·American Council for an Energy Efficient Economy)는 최근 가장 친환경적인 차량은 전기차가 아닌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SE라고 발표했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전기차량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혼합 형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기 배터리로 44마일을 주행한 뒤 하이브리드 형태로 전환되는 기술을 장착했다. ACEEE의 피터 훼더 선임 연구원은 “탄소 배출량뿐만 아니라 차체 모양, 기술, 무게 등까지 고려해 조사했다”라며 “프리우스 전 모델의 에너지 효율이 비교적 매우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라고 밝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최우수 친환경 차량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2020년과 2022년에도 친환경 차량 선정 리스트인 ‘그리너카스’(Greener Cars) 리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전기차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는 가운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친환경 기술이 전기차를 여전히 앞서고 있는 것은 놀랍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반응이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히 전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차량의 친환경성이 우수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차량의 무게와 배터리 크기, 제조 과정 등 전반적인 효율성까지 고려해야 진정한 친환경 차량을 선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수천 파운드가 넘는 대형 전기 트럭이 출시되고 있는데 이들 전기 트럭이 개솔린 트럭에 비해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소형 개솔린 차량의 친환경성을 뛰어넘지 못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대형 차량이 많이 출시될수록 2050년으로 정한 탄소 배출 제로 목표 시기는 이루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너카스 보고서는 올해 출시될 예정인 차량 1,200종의 친환경 효율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차량의 주행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부터 차량과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까지 조사했다. 또 이산화탄소 외에도 질소 산화물, 일산화탄소, 기타 공기 중 입자 등 인체에 유해한 오염 물질도 친환경 차량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항목별 점수를 더해 0점에서부터 100점까지 친환경 지수 산출했는데 프리우스 프라임은 71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이어 닛산 리프, 미니쿠퍼 SE 등의 전기 차량이60점 후반대를 받았고 도요타의 또 따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RAV4 프라임이 64점을 기록했다.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 중에서는 현대 엘란트라 블루가 64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엘란트라 블루는 친환경성 외에도 효율적인 디자인과 높은 연비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친환경성이 가장 낮은 차량으로는 연비가 매우 낮은 포드 F-150 랩터-R이 20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전기차량으로는 약 9,000파운드가 넘는 허머 EV가 29점으로 하위 순위로 선정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차가 본격 출시된 뒤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전기 배터리 주행 거리가 20~50마일로 짧고 운전자가 전기 모터와 개솔린 엔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 차량은 충전 시간이 짧은 이른바 수퍼 충전기에서는 충전이 불가능하는 것도 많은 운전자의 불만 사항이었다.
전기차 옹호론자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전기차로 가는 중간 단계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왔지만 이점 때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이들 소비자들은 전기차량을 구입하기 전단계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테스트해 보려는 목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에 나선다. 미국인들의 일일 평균 주행 거리가 27마일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 배터리 사용만으로 충분하다.
장거리 운전이 필요한 경우 개솔린 엔진으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 시 매번 겪어야 하는 불편함도 적은 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친환경성이 뛰어난 것은 바로 배터리 크기 전기차에 비해 작기 때문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작기 때문에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도 훨씬 적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는 허머 EV 배터리의 10분의 1크기로 제조 시 희귀 미네랄과 광물이 적게 사용되는 점이 환경 친화적으로 평가받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친환경성을 극대화하려면 충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데이터, 시스템, 사회 연구소의 제시카 트랜칙 교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가 전기 배터리를 사용해 운전하는 거리를 측정하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리너카스 보고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의 전기 배터리 사용량이 전체 주행의 약 50% 정도이며 집에 충전기가 설치된 운전자의 전기 배터리 사용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했다.
UC 데이비스 전기차 연구 센터의 길 탤 디렉터는 일부 보고서를 인용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운전자 중 충전을 하지 않고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 기능으로만 운전하는 운전자가 많음을 지적했다. 이 경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친환경성이 그리너카스 보고서의 조사와 달리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탤 디렉터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이 더 많이 보급되고 전기차 기술이 빠르게 향상하는 추세로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곧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CEEE의 훼더 연구원은 “일일 주행 거리, 자택 충전기 설치 여부, 충전 습관 등을 고려해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 중 구입을 결정하는 것도 충분히 친환경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