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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고 있는 ‘노화방지 치료제’… 사람엔 입증 안 돼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4-03-25 09:00:26

노화방지 치료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장수약으로 알려진 ‘라파마이신’ 주목받아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에 거주하는 데이빗 샌들러는 80세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 최근 규칙적인 운동을 넘어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점점 인기를 얻고 있는 ‘장수 약물’ 라파마이신(rapamycin)을 복용하는 것이다. 이 약은 장수학자들과 유명 의사들이 동물연구를 인용, 노화관련 질병을 퇴치하는 데 획기적인 약물이라고 주장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래 이식수술 환자의 치료를 위해 승인됐지만, 노화방지 치료제로서 주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파마이신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샌들러는 처음에 라파마이신이 장수 약이라는 생각을 일축했지만, 온라인에서 관련 정보를 읽으면서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하고 인도에 있는 공급업체에 1년치 분량을 200달러에 주문했다. 77세의 은퇴 회계사인 그는 “더 젊었다면 망설였겠지만 이 나이에는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라파마이신이 세포에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통신시스템을 수정함으로써 몸에 음식이 많을 때는 성장하고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약물은 성장 신호를 줄여 세포가 축적된 노폐물을 제거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연방 식품의약국(FDA)이 이 약을 장수약으로 승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FDA는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일반의약품인 라파마이신을 노화관련 질환과 관련하여 따로 값비싼 임상시험을 실시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의사와 기업가들은 규제의 범위를 떠나 라파마이신을 생명 연장의 잠재성이 큰 약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라파마이신을 노화방지 치료제로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20곳이 넘고, 원격의료 회사들은 전국의 수천 명에게 라파마이신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주 리틀넥의 의사 앨런 그린은 라파마이신이 “의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약물”이라면서 2017년부터 이 약으로 거의 1,500명을 치료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장수약’ 라파마이신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이 약의 노화방지 효과에 대한 열광은 효모, 벌레, 생쥐 등 여러 종의 동물에서 효과가 입증된 후 심해졌다. 일부 의사와 연구자들은 라파마이신을 간헐적으로 저용량 복용하면 동물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또 다른 의사들은 인간에게 바람직한 용량이 얼마인지 모르고, 잘못 복용하면 생식 능력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가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텍사스대학교 보건과학센터의 교수이자 장수 전문가인 엘레나 볼피는 “쥐는 약물 내성, 질병 및 반응에 있어서 인간과 조금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신경과학자 앤드류 휴버먼은 지난 10월 팟캐스트에서 “특정 조건에서는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지만 부작용 프로필이 충분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LA의 의사 브래드 로젠은 라파마이신의 잠재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주장한다. 약 250명에게 이 약을 처방했다는 로젠은 “60세인 나로서는 더 빨리 늙기 전에 장수 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연구가 끝나기를 기대할 여유가 없다.”면서 라파마이신의 오랜 역사를 보면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는 약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구 끝에서 온 약

라파마이신의 인기는 장수 약의 부상을 반영한다. 3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알토스 랩스(Altos Labs)는 2012년 노벨상 수상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세포를 젊게 만들어 노화질환을 퇴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우디에 본사를 둔 헤볼루션 재단(Hevolution Foundation)은 노화 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해 연간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피터 아티아와 같은 장수의학자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팔로어를 확보하며 라파마이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라파마이신은 1960년대 과학탐험대가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가장 외딴 곳 라파 누이섬의 토양에서 채취한 성분이다. FDA는 1999년 이식 환자가 새로운 장기를 잘 견디도록 돕는 이 약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 약의 작용 원리를 계속 탐구한 과학자들이 결국 장수의학 분야를 떠들썩하게 만든 것이다.

2009년의 연구 결과는 마치 폭탄과도 같았다. 라파마이신이 포유류의 수명을 14%까지 연장함으로써 처음으로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는 약물이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2014년 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라파마이신과 유사한 약물을 복용한 노인은 독감 백신에 대해 더 강력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라파마이신이 면역 체계를 약화시킨다는 통념을 뒤집는 것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2014년 연구에서 사용된 저용량 간헐적 복용법(주당 5밀리그램)은 장수를 위해 라파마이신을 복용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라파마이신 복용이 주류가 되다

토네이도 테라퓨틱스의 최고 경영자이며 2014년 연구를 주도한 조운 매닉은 자신의 연구가 라파마이신 열풍을 일으키는 근거가 되었다는 사실이 불편하다. “아직은 적정 복용량과 복용기간, 위험성, 이점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매닉은 더 효과적이고 특허를 받을 수 있는 라파마이신 유사 화합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파마이신을 판매하는 원격의료 서비스 헬스스팬(Healthspan)은 장수뿐만 아니라 미용용으로도 라파마이신을 판매하고 있다. “분자 수준에서 피부 노화를 역전시킨다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스킨 크림”이라고 선전한다. 다니엘 타우픽은 아내의 암 투병을 돕다가 “연구계와 임상계에서 일어나는 일 사이의 간극”을 관찰한 후 2022년에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 헬스스팬을 설립했다. 타우픽은 2,000명 이상의 환자가 라파마이신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여기에는 약물과 정기 검사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의료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아는 2023년 출간한 책의 한 챕터를 라파마이신에 할애하고 자신도 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60만 명이 넘는 아티아는 장수의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며, 많은 환자들이 그에게서 라파마이신에 대해 배운다.

모바일 결제회사 ‘브레인트리’를 설립하고 매각한 브라이언 존슨도 노화 과정을 되돌리기 위한 프로토콜을 개발하는 현재 프로젝트에서 라파마이신을 사용하는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의 팀이 수명연장 과학 문헌을 조사하고 다양한 전략의 순위를 매긴 결과,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과 함께 라파마이신이 “역대 10번째로 효과가 좋았다”고 존슨은 말했다.

벅 노화연구소(Buck Institute on Aging)의 최고경영자 에릭 버딘은 라파마이신을 노화 방지 약물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면서도 “사람들에게 사용을 권장해서는 안 된다”며 라파마이신이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By Daniel Gilbe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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