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치솟는 집값이 내 집 마련을 갈수록 힘들게 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물론 소득이 꽤 높은 중산층도 선뜻 내 집 마련에 나서기 힘든 시기다. 그래서 최근 집을 찾을 때 집값은 물론 구입 후 발생한 비용을 구입 조건으로 살피는 바이어가 많다. 아무리 좋은 가격에 집을 구입해도 구입 후 비용이 발생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온라인 재정정보업체 고우뱅킹레잇이 바이어들이 선호하지 않는 주택 조건을 살펴봤다.
관리비 부담 높은 수영장·조경 등
잔고장 나는 구식 설비들 선호 안해
◇ 구식 홈 시어터
영화를 좋아하는 바이어는 집에 홈 시어터 시스템을 갖추고 싶은 로망이 있다. 홈 시어터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이왕이면 홈 시어터 시스템을 갖춘 매물을 찾으면 비용과 설치에 따른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구식 홈 시어터 시스템이 갖춰진 집은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사운드 시스템을 위한 앰프가 여러 대 연결되어야 하고 앰프 시스템을 벽에 설치하기 위한 받침대도 필요하다. 이들 구식 홈 시어터 시스템은 고장이 잘 나는 편이고 최신 시스템에 비해 보기도 좋지 않아 오히려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는 조건으로 지적된다.
◇ 붙박이 가전제품
일부 고급 주택에서 다양한 붙박이 가전제품을 볼 수 있다. 특정 공간에 맞게끔 맞춤 제작한 가전 제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붙박이 커피 메이커와 ‘쓰레기 압축기’(Trash Compacter) 등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 붙박이 가전제품의 인기가 한물 간 지 오래다. 붙박이 가전제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제거 과정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또 최근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잘 어울리고 관리까지 간편한 가전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붙박이 가전제품을 싫어하는 추세다.
◇ 와인 저장고
‘와인 저장고’(Wine Cellar)를 갖추고 있어야 고급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을 즐기는 바이어라면 와인 저장고가 있는 주택을 보면 사고 싶은 욕망을 참기 힘들다. 그러나 와인 저장고는 일부 바이어만 선호하는 조건으로 대부분 바이어는 와인 저장고가 있는 집을 오히려 피한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와인 저장고 관리비가 발생하고 저장고를 채울 와인 구입비까지 생각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규모가 큰 와인 저장고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홈 오피스로 사용할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바이어 사이에서 실용적이 않다는 생각이 많다.
◇ 집 앞 분수대
‘배산임수’ 조건을 갖춘 주택을 최고의 풍수로 평가한다. 이 같은 풍수 조건을 갖추기 위해 집 앞에 분수대를 설치하거나 일부 작은 호수를 들여놓는 경우도 있다. 집 앞 분수대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는 설비다.
분수대를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펌프를 돌리는 모터가 필수다. 모터를 작동하려면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대용량 모터의 경우 전기료가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모터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금세 이끼 등 이물질이 껴 오히려 미관을 해친다. 외부 업체를 통해 일 년에 한 번 청소하는 데도 50달러~150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 스팀 샤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른바 ‘회춘 욕실’ (Rejuvenating Bathroom)이 큰 인기를 끌었다. 욕실에서 하루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욕실 설비가 많이 설치됐는데 스팀 샤워, 아로마 테라피 샤워, 찻잔이나 와인잔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배스룸 필러’(Bathroom Filler)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스팀 샤워의 경우 마치 소형 사우나처럼 샤워 공간이 밀폐된 형태로 내부에서 습식 사우나도 겸할 수 있는 시설이다. 우선 스팀 샤워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는 바이어가 많고 고장도 자주 나는 편이어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설비다.
◇ 스파 욕조
팬데믹 기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집에서 피로를 풀 수 있는 리모델링이 인기를 끌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스파 기능이 있는 욕조다. 스파 욕조는 일반 욕조와 달리 욕조 벽을 통해 샤워기처럼 물과 거품이 뿜어져 나오는 욕조다. 고된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시설처럼 보이지만 설치 뒤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스파 욕조의 가장 큰 단점은 일반 욕조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청소하기가 불편해 이물질이 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또 일반 욕조에 비해 물 사용량이 많아 유틸리티 비용을 높이는 주범이다.
◇ 수영장
수영장이 있는 집에 대한 바이어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어린 자녀를 둔 바이어는 뒷마당 수영장이 로망이지만 나이 든 바이어는 수영장이 있는 집을 가장 먼저 제외한다. 수영장이 딸린 집은 다른 집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높은 가격뿐만 아니라 수영장 관리에 정기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근 수영장이 있는 집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수영장을 관리하려면 매달 50달러~200달러의 비용이 들고 정수를 위해 작동하는 펌프는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한다.
◇ 물이 많이 필요한 조경
조경이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이 마음에 들어 집을 샀는데 매달 청구되는 엄청난 수도 요금 때문에 후회하는 바이어가 많다. 특히 물을 많이 줘야 하는 나무나 잔디가 있는 집은 수도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가주의 경우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으로 인해 물을 주는 횟수를 제한하기도 하는데 정원 관리에 애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