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ㆍ연체증가 등 영향
카드 대출자 18% 30일 연체
각종 대출 자격과 금리 결정에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는 신용점수가 10년 만에 하락해 미국인들의 신용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6일 경제매체 CNBC는 신용평가사 피코(FICO)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인의 평균 신용점수가 지난해 4월 718점으로 정점을 찍은 뒤 717점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평균 신용점수가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2년 689점으로 하락세를 보인 후 11년 만이다.
평균 신용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 시장이 붕괴된 2009년 10월 686점으로 떨어지면서 최저점을 나타낸 이후 줄곧 상향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엔 연방 및 주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을 위한 지원금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현금자산 증가에 힘입어 신용점수는 급상승했다. 이랬던 신용점수가 11년 만에 하락세로 다시 떨어진 것을 두고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미국인의 평균 신용점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고금리와 고물가 여파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카드 연체가 급등한 탓이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신용카드 대출자의 18%가 30일 연체를 하면서 제때 부채를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16.5%나 크게 늘어난 수치다.
같은 시기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전년 33%에서 35%로 상승할 만큼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신용카드 사용도 늘었다.
신용카드 연체에 따른 이자 부담은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더 커져 신용점수가 낮은 저소득층엔 폭탄과 같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일상적인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갈수록 신용카드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카드 빚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현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총 신용카드 부채는 전 분기 대비 4.6% 늘어난 1조8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8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연준이 2003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수준이다.
신용카드 연체 증가로 인한 신용카드 부채가 급증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평균 32달러 선인 현행 신용카드 연체 수수료를 8달러 상한선제를 도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에 따르면 미국 신용카드사가 한 해 거둬들이는 연체 수수료는 약 140억달러로, 새 규정이 시행되면 수수료 규모가 종전보다 최대 1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용카드 업계는 8달러 상한제 규제가 부당하다면 연방법원에 시행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법적 문제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