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캐나다·멕시코에 최대 100% 부과 예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공약이 실현되면 미국 가구가 연간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2,500달러에서 7,60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이 임박한 가운데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가 실현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대거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USA 투데이에 따르면 전국 소매업 연합의 공급망 및 관세 정책 부사장인 조나단 골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가구당 연간 2,500달러에서 7,6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소매업 연합의 연구에 의하면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40달러짜리 토스터 오븐의 가격은 48~52달러로 뛴다. 50달러짜리 운동화는 59달러에서 64달러로 상승한다. 2,000달러짜리 매트리스 등은 2,128달러에서 2,190달러로 상승한다.
골드는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과 구매력 감소는 특히 저소득 가정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가전제품과 반려동물 용품, 어린이용품, 식료품 등의 가격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 및 주문 관리 솔루션 제공업체인 텍스튜플의 최고경영자(CEO)인 다르판 세스는 “(정책 시행 이후)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부과되는 모든 관세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관세는 소비자에게 단지 철자가 다를 뿐 다른 형태의 인플레이션과 같고 가격 상승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세스는 소비자들이 특정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구매를 미루거나 수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제조와 부품 공급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그동안 이들 분야가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3국 간 네트워크 체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소비자는 자동차의 배기통이 망가졌을 경우 이를 교체하기보다는 수리를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골드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일부 실행했지만 이번에는 파급력이 다를 것이라고 관세를 둘러싸고 소매 업체들 사이에서 깊은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골드는 “공급망은 너무 복잡하고 공급 자체에도 많은 과제가 있다”며 “대규모 관세가 부과되면 그 자체로 혼란이며, 소매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 연합은 트럼프 당선인이 모든 사람과 물품에 10%에서 20%의 보편적 기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60%에서 100% 관세 부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 등 여러 관세 부과 시나리오가 검토되는 중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마리 러블리는 “중국산 수입품에 더 높은 세금을 매기면 이들 생산지는 덜 개발된 국가들로 옮겨갈 것”이라며 “미국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대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소비자 물가가 0.75% 상승할 것이라며, 가구당 1,000달러 이상의 구매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DC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관세 부과로 미국 물가가 1%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2026년까지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지 않을 경우와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이 0.6%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