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뒤처지고 중 수요 부진
애플카 실패, EU 규제까지
지난해만 해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켰던 애플 주가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애플이 인공지능(AI)과 중국 수요 부진 등 다방면에서 난관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하는 등 한때 테크 업계 왕좌를 차지했던 애플이 여러 방면에서 공격받고 있다면서, 애플이 10대 도전 과제에 마주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우선 오픈AI가 2022년 챗GPT를 출시한 이후 기술 업계의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뜨겁지만, 애플이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플 측이 삼성전자에 ‘AI 폰’ 출시 선수를 빼앗긴 가운데 AI 기능 개발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 중이라고 밝힌 만큼, 시장에서는 6월께 열리는 애플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어떠한 발표가 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애플은 또 최근 10년간 개발을 추진해온 자율주행 전기차(EV) 애플카 사업을 접은 바 있다.
당장 매출이 안 나오면서도 거액이 들어가는 사업을 접은 만큼 투자자들은 환영했지만, 시장에서는 애플이 또 다른 미래 먹거리 사업을 그만두는 대신 안전한 영역에 머무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요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 부진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 첫 6주 동안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는 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설명이다.
애플은 이례적인 할인행사까지 진행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약진 속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4위(15.7%)로 내려앉았다. 시장 경제가 아닌 중국은 정부의 정책이나 입김이 강해 미국 기업인 애플에는 주요 경영 리스크로 손꼽힌다.
유럽연합(EU) 규제 및 미국에서의 소송 리스크도 주요한 어려움으로 꼽힌다.
EU는 이번 주부터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 시행에 들어갔고,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애플에 최근 과징금 18억4,000만유로(약 20억달러)를 부과했다.
연방 법무부는 지난 5년간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와 관련해 경쟁을 제한해왔다며 반독점 소송을 준비해왔고, 이르면 이번 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이 틈새 상품 정도에 머물러 있고,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 개인용컴퓨터(PC) 시장 부진, 스마트워치의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을 둘러싼 특허 분쟁, 인재 유출, 다음 분기 실적 전망 등도 악재로 거론됐다.
애플 주가는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올해 들어 12%가량 떨어지는 등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총도 2조6,110억달러로 쪼그라들어 2위 자리마저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지난 8일 애플 주가(심벌: AAPL)은 170.73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52주 최고가인 199.62달러와 비교하면 14.5%(28.89달러)나 낮은 수준이다.
제프리스의 마이클 투미는 애플 주식이 2018년 초 이후 6년 만에 가장 과매도 국면에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