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내가?’ 하는 순간 당한다. 평소 똑똑하다고 자부한 사람이 사기를 당한 뒤에야‘내가 바보였구나’하고 깨닫지만 이미 늦었다. 최근 셀 수 없이 다양한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재정 전문 언론인이 최근 당한 사기 피해 사례를 공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주인공은 뉴욕 매거진 패션 매체‘더 컷’(The Cut)의 재정 전문 언론인 샬럿 카울스다.
발신자 번호 사칭 일단 전화 받게끔
나보다 나에 대해 더 파악하고 연락
‘공포·불안·두려움·수치심’공격해
피해사실 주변 알려 2차 피해 막아야
■설마 하면 당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울스는 무려 5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상자에 담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낯선 사람에게 건넸다. 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나도 사기라고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은 그녀가 당한 사기 범죄는 첨단 기술, 그녀의 감정(두려움), 개인 자료 등을 활용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였다는 것이다.
어느날 아마존 직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런 다음 ‘연방거래위원회’(FTC) 담당자에게 연결해 줬고 마지막으로 ‘중앙정보국’(CIA) 직원을 사칭한 사람이 현금 5만 달러를 인출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카울스는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 5만 달러를 정성껏 상장에 담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거책의 손에 고스란히 넘겨줬다.
‘재정 전문인이라는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기를 당해?’하며 반신반의하며 웃어넘기다가는 바로 사기 피해자로 전락하기 쉽다. 자신을 포함, 사랑하는 가족이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범죄 수법과 대응 방법 등을 평소에 잘 익혀야 한다.
■발신자 번호 믿지 마라
스마트폰이 울리고 발신자 정보가 ‘엄마’라 뜨면 의심할 사람이 있을까? 발신자 번호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유선 전화를 사용하던 시기부터 있었고 유용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발신자 번호가 최근에는 사기 범죄자의 가장 효율적인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습득한 범죄자들이 가족, 정부 기관, 아마존과 같은 유명 회사에서 전화 거는 것처럼 발신자 번호 조작하는 시대다. 일부는 같은 지역 번호를 사용해 전화를 걸어 피해자로 하여금 의심의 여지 없이 전화를 받도록 하고 있다.
발신자 번호가 경찰, 애플, IRS, 또는 지인으로 뜬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얼떨결에 전화를 받았는데 대화 내용이 조금이라도 어색하다 싶으면 바로 전화를 끊어야 한다. 그런 다음 전화를 건 사람이 밝힌 회사나 기관의 전화번호를 별도로 검색해 연락한 뒤 해당 직원이나 대화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인공 지능’(AI)까지 전화 사기 범죄에 악용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심 없이 걸려 온 전화를 받아 단지 ‘헬로우’라고만 했을 뿐인데 AI 기술로 음성을 익히도록 해 지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에 사용되고 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면 우선 받지 말고 자동 녹음 음성 메시지로 넘어가기 전에 자동 문자 메시지로 전환해야 음성 노출을 막을 수 있다.
■나보다 나 더 잘 알아
범죄자들이 익명의 다수를 대상으로 전화 사기를 시도할 것 같지만 이는 구시대적 범죄 수법이다. 최근 사기 범죄자들은 범죄 대상자의 개인 정보, 금융 정보, 심지 주변인 정보까지 철저히 파악하고 있어 대화를 나누면서도 사기라고 의심하기 힘들다. 범죄자들이 피해자를 속일 때 주로 사용하는 정보는 주소, 가족 이름, 소셜 시큐리티 번호, 과거 부채 금액 등 다양하다.
민감한 정보는 수년에 걸친 이메일 해킹을 통해 유출되고 ‘다크 웹’(Dark Web)에서 범죄자들 간 거래되고 있다. 만약 은행, 정부 기관, 서비스 업체를 사칭하며 개인 정보를 언급하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경고로 받아들이고 바로 끊는다. 그런 다음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표 전화 번호로 전화해 해당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공포심, 불안감, 두려움 공격
사기 범죄자는 피해자의 공포와 두려움을 공격한다. 공포와 두려운 감정을 포착해 피해자의 ‘투쟁 도주 반응’(Fight-or-Flight)을 건드려 순간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가장 일반적인 범죄 수법이다. 대표적으로 ‘은행 계좌 정보가 유출됐다’, ‘확인되지 않은 크레딧 카드 사용이 있다’, ‘개인 정보가 도난됐다’, ‘범죄 관련 조사에 연루됐다’, ‘자녀나 손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등의 식으로 공포와 두려운 감정을 유도한다. 최근에는 10대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을 입수해 사진을 퍼트리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다음 단계는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피해자의 불안과 수치심을 유발해 주변의 도움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앞에 설명된 카울스의 피해 사례에서는 범죄자가 대화 내용이 기록되고 있고 친구나 가족이 용의자일 수 있으니 주변에 절대 알리지 말라는 말로 카울스를 불안에 빠트렸다. 범죄 피해로 두려움을 느낀다면 자신을 고립하지 말고 주변에 알려야 한다. 배우자, 자녀, 친구, 사법 기관에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전국은퇴자협회’(AARP)도 사기감시네트워크 부서(877-908-3360)를 통해 사기 피해 방지를 돕는다.
■암호화폐, 상품권, 현금 결제 요구하면 의심
일반적이 않은 결제 수단을 요구하는 것도 사기 위험 신호다. 비일반적인 결제 수단 요구는 피해자가 사기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뒤에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 일반적인 회사와 정부 기관은 믿을만한 결제 방식을 사용하고 현금이나 상품권, 암호 화폐, 또는 현금 결제 앱 등을 통한 결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전화로 크레딧 카드 번호를 제공하거나 문자로 받은 링크를 통해서 결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불해야 할 금액이 있다면 금융 계좌에 직접 로그인해서 지불하도록 한다. 카울스의 사례에서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은행 계좌가 동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인출한 돈을 동결되기 전에 안전한 방법으로 보관한다고 믿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합법적인 기관이나 단체가 현금으로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수치심은 더 큰 피해로 이어져
카울스의 피해 사례가 공개된 뒤 인터넷에는 그녀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누구나 아는 뻔한 수법에 당했다면 조롱 섞인 글이 많은데 주변 반응에 수치심을 느끼거나 당황하면 2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수치심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피해 후 추가 조치를 적절히 하지 못해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