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셀러의 기대가 크다. 주택 시장 상황이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거래가 일시에 중단된 적이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많은 셀러가 집을 팔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작된 이자율 하락세로 연초부터 주택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주택 판매에 실패했다면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해 볼만하다. 주택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만큼 올해 새로운 전략으로 주택 판매에 나선다면 성공적인 주택 처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리스팅 가격’자신 있게 불러도 괜찮아
봄철 성수기 전 팔아야 새집 구입도 유리
◇ 무조건 깎아줄 필요 없다
지난해 높은 모기지 이자율과 높은 주택 가격으로 셀러, 바이어, 부동산 에이전트 모두 힘든 해를 보내야 했다. 이중 바이어가 가장 큰 피해를 입어야 했다.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하면서 주택 구입을 포기한 바이어는 갈수록 늘었다. 그나마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바이어는 셀러에게 가격 할인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고 셀러로 이 같은 현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 들어 주택 시장 여건이 바이어와 셀러 모두에게 나아지고 있다. 주택 거래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이던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지자 지난해 주택 구입을 포기했던 바이어가 다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주택 구입 능력 개선으로 가격 할인 대신 셀러가 부르는 가격에 맞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바이어가 다시 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웃돈 경쟁까지 부활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오렌지카운티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 매물에 여러 명의 바이어가 몰리는 복수 오퍼 현상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맥스 카 부동산 에이전트는 “최근 나온 매물 세 채 모두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면서 웃돈 경쟁 현상이 나타났다”라며 “리스팅 가격보다 5만 달러~10만 달러 넘게 가격을 쓴 바이어도 있었다”라고 지역 주택 시장 열기를 전했다.
◇‘As-Is’ 매매 줄고 필요한 수리해 줘야
지난해 주택 구입에 나서 본 바이어라면 주택 시장 상황이 바이어에게 얼마나 열악했는지 잘 이해한다.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바이어에게 매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시장에 매물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고 매물 상태는 고려하지 않고 오퍼를 제출한 바이어가 많았다. 덕분에 대부분 셀러가 주택 상태나 수리에 대한 부담 없이 집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 같은 사정도 조금씩 달라질 전망이다.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집을 사려는 바이어가 늘고 있는데 바이어 중에는 셀러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작년에 집을 팔지 못한 셀러 중 올해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를 계획 중인 셀러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매물도 작년에 비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처럼 현재 매물 상태를 그대로 파는 ‘애즈 이즈’(As-Is) 판매는 감소하는 대신 수리를 거쳐서 집을 내놔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랜드스케이핑이나 페인트 작업, 조명 교체 등을 실시하면 주택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 리스팅 가격은 자신있게
작년 상반기만 해도 웃돈 경쟁과 같은 과열 경쟁이 주택 시장에 파다했다. 그러나 모기지 이자율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이 같은 현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주택 거래는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일부 셀러는 리스팅 가격을 낮추는 셀러가 다시 나타났다. 올해 지난해처럼 너무 조급한 마음에 리스팅 가격을 낮췄다가는 높은 가격에 집을 팔 기회를 잃을 수도 있겠다.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신디 앨런 부동산 에이전트는 최근 한 부부 바이어의 주택 구매를 도왔다. 부부가 보고 마음에 들었던 한 매물의 오퍼를 준비 중이었다. 작년과 달라진 주택 시장 상황을 고려해 높은 가격을 제시할 계획 중이던 부부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나온 지 40일이 지나도 집이 안 팔리자 셀러가 먼저 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이었다. 부부는 반가운 마음에 높은 가격은 없던 일로 하고 셀러가 낮춘 가격대로 오퍼를 써서 제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바이어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너무 조급하게 가격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우선 지역별 주택 시세를 적절히 반영해 집을 내놓은 뒤 시장 반응에 따라 단계별 가격 인하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 성수기 전 팔아야 새집 구입 유리
지난해 섣불리 집을 팔았다가 새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셀러가 많았다. 매물 부족으로 내놓은 집이 빨리 팔렸지만 이사 갈 집을 찾지 못하거나 너무 오른 집값 때문에 집을 판 것을 후회하는 셀러도 있었다. 집을 유리하게 팔고 사는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 어렵지만 지난해의 경우 특히 더 그랬다.
지금 부동산 업계는 소위 완벽한 주택 매매 타이밍이 찾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집을 내놓은 셀러들은 작년보다 수요가 늘어 집을 빨리 팔 수 있으며 가격 인하 없이 제값을 받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새집을 구할 때도 수리 요청 등 바이어에게 유리한 조건을 앞세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절호의 기회를 잡으려면 주택 시장이 과열되는 봄철 성수기 전에 집을 내놓는 것이 좋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이 조언한다.
◇ 주택구매 심리지수 개선
주택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두 달 연속 개선됐다. 국영모기지보증기관 패니메이가 집계하는 ‘주택구매심리지수’(HPSI)는 1월 70.7로 전달보다 3.5포인트 상승했다. 1월 HPSI는 202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 향후 12개월 동안 모기지 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응답자 역시 조사 이래 가장 높은 36%를 기록 주택 구입에 나서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덕 던컨 패니메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견고한 노동 시장에 따른 직업 안정도와 소비자 신뢰도 상승이 HPSI 상승 요인”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올 한해 주택 시장이 작년보다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