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사들 기대에 ‘견제’
“물가와의 전쟁 승리 일러”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인사들의 견제성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첫 기준금리 인하가 여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2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3%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연말까지 2%대 초반 근처로 떨어질 것으로 보면서 “여름 어느 시기에 첫 (금리 인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인플레이션 하락이 평탄치 않고 느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몇 달 내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라는 게 CNN 해석이다. 또 대다수 연준 위원이 첫 금리 인하 시기로 올해 중반을 예상하는 것보다도 늦다는 것이다.
보스틱 총재는 당초 올해 4분기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가 지난달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및 경제활동의 진전을 반영해 기준금리 정상화 시점을 기존의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겼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그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시기를 좀 더 당길 수 있다”면서도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돈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에 대해 놀랍고도 기뻤다면서도, 실업률이 낮으면 사람들의 소비 여력이 커지고 기업들이 물건 가격을 올리기도 용이해진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이날 한 행사에서 최근 몇 년간 가격 인상으로 이익과 판매량을 늘렸던 미국 기업들이 가격 인상 관행을 내려놓는 속도가 느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가격 인상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고 본다. 당분간 계속 고려될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될 실제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면서 “현시점에서 승리 선언은 너무 대담해 보인다”고 밝혔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이날 기준금리 인하 시기나 폭을 예상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계속 낮추는 데 현 금리 수준이 좋은 위치인 만큼 가까운 장래에 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스틱 총재와 바킨 총재, 보먼 이사는 모두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이 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31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FOMC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해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이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반복하면서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6일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에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연준 인사들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새로운 기준으로 ‘물가 압력의 폭넓은 완화’를 거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바킨 총재와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등이 지난주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둔화뿐만 아니라 주거와 기타 서비스 등으로 둔화 범위가 유의미하게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물가가 연초에 기대 이상으로 오르면서 최근 진행되던 인플레이션 완화를 지연시키고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13일 보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8.5%를 기록했다.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33.9%로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금융시장이 CPI 발표 이후 금리인하 기대감을 5월에서 6월로 늦췄다고 전했다.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세인 점도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