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에 대해 조사를 해온 한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51)가 지난 8일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본보 9일자 A2면 보도) 그가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현직 대통령의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을 조사해 결과를 공개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자료 유출·보관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았음에도 기소할 사안은 아니라는 ‘미묘한’ 판단을 내렸다. 허 특검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었다며 현직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큰 걸림돌로 꼽히는 고령(81세)에 따른 인지력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같은 조사 보고서 발표에 대해 대선에서 맞대결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격렬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번 사안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하는 양상도 드러나고 있다.
한인 부모 사이에서 뉴욕에서 태어난 한인 2세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하버드대와 스탠포드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로 메릴랜드주 연방 검사장을 역임한 범죄수사통 검사 출신이다.
하버드대에서 영어와 미국문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윌리엄 렌퀴스트 전 연방대법원장과 앨릭스 코진스키 전 연방항소법원 판사의 재판연구원을 지냈다.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재판연구원은 로스쿨 최상위 성적 졸업자들이 갈 수 있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메릴랜드 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하며 조직폭력, 마약 밀거래, 불법 무기 소지, 화이트 칼라 범죄 등 다양한 사건을 맡았다. 이후 연방 법무부에서 일하면서 현재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 재임중인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법무부 차관보의 보좌역을 맡기도 했다.
이어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 의해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으로 임명돼 이듬해 4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지검장직을 수행했다. 메릴랜드 연방지검장 재직 시절 국가안보국(NSA) 하청 계약자 해럴드 마틴의 기밀정보 절취 사건을 기소하며 기밀 유출 문제를 다룬 바 있다.
허 특검은 연방지검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지만 유명 로펌인 깁슨 던 앤드 크러처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던 중 작년 1월 바이든 행정부의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 의해 현직 대통령 기밀 유출 의혹 사건을 규명하는 특검으로 임명됐다. 공화당 당원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국가기밀 유출 사건 기소 경력이 있는 인물이었기에 최고 권력자에 대한 조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발탁 배경 중 하나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로버트 허 특검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특검 보고서는 기밀문서 유출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여덟 단어로 ‘기억력이 나쁘지만, 악의가 없는 노인’(well-meaning, elderly man with a poor memory)이라고 지칭했다.
보고서는 218쪽에서 특검과의 인터뷰 때 바이든 대통령이 ‘그게 2013년이면 내가 언제 부통령을 관뒀지?’, ‘2009년에 내가 여전히 부통령이었나?’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그는 언제 부통령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고 상세하게 기록하기도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보고서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장남이 언제 사망했는지도 떠올리지 못하는 등 기억력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8일 밤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허 특검의 조사 결과가 “분명히 잘못 됐다”고 반박하고 특히 허 특검이 자신의 기억력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격앙된 어조로 반발했다.
백악관도 9일 허 특검의 보고서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으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검 보고서에 대해 “보고서가 대통령의 행동을 규정한 방식은 사실 측면에서 크게 잘못됐다”면서 “분명히 정치적 동기가 있으며, (그런 결론의)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