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 보고서에 “부통령 재임기간 장남 사망년도 기억 못해”
조 바이든(사진·로이터) 대통령이 기밀 문건 유출 의혹에 대한 형사 기소를 면했지만, 이 사건을 수사해온 한인 특별검사가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기로 한 이유로 그의 기억력 쇠퇴를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 사건의 경중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앞서 다른 특검이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면서 불기소에 따른 득보다 실이 커 보이는 형국이다.
한인 로버트 허 특별검사는 8일 공개한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임기를 마친 뒤 사인(私人)인 상태에서도 기밀 자료를 고의로 보유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는 증거를 확보했지만,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만큼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을 형사 기소할 필요가 없어 기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을 기소해 재판하더라도 배심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법을 어겼다기보다 실수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배심원들에게 자신을 “측은하고 선의를 가졌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묘사할 수 있고, 배심원단이 그런 주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2017년 회고록 집필을 위해 대필작가와 대화할 때와 작년 특검의 조사를 받을 때 “기억력이 상당히 제한됐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이 언제 부통령으로 재직했는지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 보가 몇 년도에 죽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9∼2017년 부통령을 지냈고, 장남은 2015년에 사망했다.
이런 내용을 두고 미국 언론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주장해온 공화당이 특검 보고서를 십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일부 표현은 트럼프의 선거 운동에 준 선물 같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수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바로 성명을 내고 “재판받기에 너무 늙었다면 대통령이 되기에도 너무 늙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특검이 대통령의 기억력을 지적한 것에 반발했다. 백악관 변호인은 지난 5일 특검에 보낸 서한에서 수년 전 일을 떠올리지 못하는 게 흔한 일인데도 특검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표현을 썼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대한 묘사가 “정확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