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재외선거, 표가 힘이다
해외동포 700만 넘어
한국 인구의 14% 불구
정책 반영 제대로 안돼
2023년 현재 재외동포청이 집계한 해외 각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숫자는 180개국, 708만여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이민자 규모다.
2023년 한국 인구(5,180만명) 대비 13.67%에 달하는 재외동포 숫자는 부산과 울산, 경남의 주요 도시를 포함한 ‘부울경’ 인구(765만명)와 맞먹는다.
지난달 한국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2024년 한국 정부 예산안에서 재외동포 업무를 총괄하는 재외동포청 예산은 1,054억7,700만원으로 확정됐다.
기존 재외동포 업무들 담당했던 2023년도 재외동포재단 예산 630억보다 67.5%(425억원) 증가했지만, 2024년 전체 예산 656조6,000억원 가운데 0.02%에 불과하다.
지난해 5월 한국 국회가 주최한 재외동포청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재외국민 숫자와 비슷한) 경상북도는 총 예산 11조원에 복지예산만 2조원”이라며 “재외동포 인구에 걸맞은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오는 4월10일 한국에서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재외선거인 등록과 신청이 한창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 이후 7번째 치러지는 재외선거다.
2023년 기준으로 재외선거 투표권을 가진 전세계 한인 유권자들은 재외동포청이 집계한 재외국민(247만명)의 80%선인 197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장 많은 재외선거인이 유권자 등록을 했고, 제일 많은 한인들이 투표한 선거는 2017년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추정 선거권자 197만8,197명 중에서 14.9%인 29만4,633명이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치고, 이중 75.3%인 21만1,981명이 실제 투표에 참여했다. 이 같은 재외선거인 투표수는 그러나 전체 대선 투표자(3,280만8,377명)의 1%에도 못 미치는 0.68% 선이다.올해 실시되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현재 뉴욕과 뉴저지 등 미 전역과 전세계적으로 재외선거인 등록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율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우편접수나 대리자를 통해 재외선거인 신고 및 신청도 가능해졌지만 재외선거 참여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외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무엇보다 현재 채택하고 있는 공관방문 투표방식에 기인한다. 이처럼 재외선거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실시되는 현실 속에서 공관 방문 투표만으로는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재외국민 대표성 문제가 거론된다. 300석의 한국 국회의원 의석 중에서 재외동포 708만명을 대표하는 의석이 한자리도 없다는 사실은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다.
재외동포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재외동포 관련 예산을 현실화시키고, 재외선거인들의 투표 참여를 가로막는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선 재외선거인들의 적극적인 투표만이 정답이다.
민주평통의 한 관계자는 “전체 재외국민 유권자의 10% 남짓한 등록률에 전체 투표의 1%에도 못미치는 재외선거인 표를 가지고는 현실성 있는 재외동포 정책을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선거 제도의 여러가지 불합리성에도 불구하고 남가주를 비롯한 미주지역 재외국민 유권자들의 참정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