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이제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는 바이어, 셀러, 에이전트 모두에게 힘든 한해였다. 고이자율, 고주택가, 매물 부족 3대 악재가 동시에 상존하며 주택 시장에 찬바람이 불었다.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엘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모두가 숨죽인 듯 관망한 해였다”라고 올해 주택 시장을 분석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오르면서 주택 수요가 위축됐고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셀러는 집을 팔고 싶어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주택 시장을 되돌아본다. 리얼터닷컴이 올해 주택 시장을 되돌아봤다.
얼어붙은 시장에 부동산 업계 개점휴업
집값 상승 폭 둔화했지만 상승세는 여전
◇ 부동산 업계 개점휴업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맥의 렌 키퍼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주택 시장을 지배한 요인은 바로 높은 모기지 이자율”이라며 “연초부터 추운 겨울과 같은 주택 시장이 1년 내내 지속되면서 바이어의 고통이 가장 심했다”라고 분석했다.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재판매 주택 거래량은 전년 대비 약 19.1%, 2021년 대비로는 33.5%나 급감했다.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점도 주택 거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다. 내 집을 마련하려는 높은 수요는 억눌린 상태지만 올해 매물량은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여러 불확실성에 바이어, 셀러 모두 향후 주택 시장 상황만 관망 중이며 이로 인해 부동산 업계는 현재 어쩔 수 없이 개점휴업 중이다.
◇ 고이자율로 시장 마비
높은 이자율이 올해 주택 시장을 망쳐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모기지 이자율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아 덩달아 뛰었다. 연준이 지독한 고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로 치솟는 주택 가격을 지목한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주택 거래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모기지 이자율은 올해 롤러코스터와 같은 변동을 보였다. 지난해 7%를 돌파하며 주택 시장을 위협했던 이자율은 올 초 6%대 중반으로 떨어져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택 시장이 성수기에 진입하는 3월 초를 앞두고 이자율은 다시 7%를 넘었고 이후 1%포인트씩의 등락을 거듭하던 끝에 10월 중순 급기야 8%대를 돌파했다.
이자율은 현재 다시 7%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이자율 급등에 따른 충격과 계절적 요인으로 주택 거래는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다. 키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주 간 이자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지만 작년 대비 여전히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홍보 전문가 케이티 세스나(31)와 남자 친구 역시 올해 이자율이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주택 구입을 중단한 상태다. 6번에 걸쳐 오퍼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그러는 사이에 이자율이 7%를 넘어서면서 그들의 주택 구입 능력이 점점 떨어졌다. 세스나는 “싼 집을 찾아 다른 지역을 알아볼 수 있지만 이자율이 더 떨어질 때까지 현재 집을 임대하며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이자율 고정 효과에 매물 더 말라
올해 주택 시장에서는 ‘황금 수갑 효과’(Golden Handcuff Effect)와 ‘이자율 고정 효과’(Rate Lock-In Effect)란 단어가 자주 사용됐다. 두 단어 모두 저리에 묶인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빗댄 표현으로 올해 더 심각해진 매물 부족 현상을 잘 설명한다. 매물이 말라가는 상황은 이자율이 오르면서 더욱 심화했다.
부동산 에이전트에 따르면 올해 주택 소유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이자율이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게요’, ‘지금 낮은 이자율을 포기할 수 없어요’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현재 90%가 넘는 주택 소유주가 6% 미만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새집을 구입하려면 7%가 넘는 이자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집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사망, 이혼, 압류 등의 급박한 사유가 아니면 집을 내놓지 않기 때문에 올해 매물 부족 사태는 계속 악화 중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택 시장에 나온 리스팅 숫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5.2%나 빠졌다.
◇ 지독하게 안 떨어지는 집값
작년 말 주택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가 드디어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주택 가격이 10년 넘게 오른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자율까지 상승해 주택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상당 부분 빗나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르던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둔화했지만 하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11월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42만 8,000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2.1% 오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월 40만 3,333달러로 시작한 주택 중간 가격은 매달 꾸준히 오르며 6월 44만 5,000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주택 가격은 11월까지 42만 달러로 떨어졌지만 첫 주택구입자가 감당하기에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매물 부족과 높은 집값의 최대 피해자는 첫 주택구입자다. 그나마 괜찮은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는 복수 오퍼 현상이 여전해 첫 주택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어가 많다. 특히 주택 구입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유 주택이 없고 낮은 소득으로 다운페이먼트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는 세대가 첫 주택구입자다.
의학 전문기자 재니스 린은 “올해 가을 주택 구입 기회를 놓친 것 같다”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북가주 실리콘 밸리 심장부인 샌호세에 집을 마련하고 싶었지만 주택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내 집 마련이 점점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심정이 다소 절망적이라는 린은 집값이 싼 지역으로 매물을 알아볼 계획이다.
◇ 주택 임대료 폭등세 진정
높은 임대료로 인해 주택 세입자도 힘든 한 해를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인 점은 폭등세였던 임대료가 올해 잠잠해졌다는 것이다. 수년간 두 자릿수 비율로 오르던 임대료가 올해 진정되기 시작했다.
리얼터닷컴의 집계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 사이 전국 평균 임대료는 월 1,736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 임대료가 최근 6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세입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임대 매물 공급 증가가 임대료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리얼터닷컴이 분석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