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완화도 요인, 제조업 공급망 문제 해결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경제 ‘연착륙’에 대한 시장 기대가 고조되는 가운데, 실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이는 낮은 실업률과 많은 초과저축 등의 덕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연방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CRS 거시경제정책 애널리스트 리다 와인스톡 등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식의 연착륙은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RB)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0.25%였던 기준금리 상단을 공격적으로 인상해 지난 7월 22년 만에 최고인 5.5%까지 끌어올렸고, 이후 동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6월 고점인 9.1%에서 지난달 3.1%로 떨어졌지만,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2%(연율 잠정치)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고 지난달 실업률은 3.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그동안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동결’ 입장을 유지하던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내년 0.7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해 금융시장 랠리를 불러온 상태다.
보고서는 현 상황과 관련, 금리 인상으로 노동시장이 빡빡해지기는 했지만, 금리 인상 시작 당시 실업률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아직 침체를 우려할 만한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봤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 실업률은 줄곧 3%대에 머물렀고 현재까지 고점은 지난 10월의 3.9%이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기 침체기의 실업률 고점 가운데 가장 낮았던 수준은 6.1%였다.
실업률이 낮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하던 기존 추세가 최근에 약해지고 있는데, 이는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측 문제로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해소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봤다.
보고서는 경착륙을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배경으로 코로나19 당시의 초과 저축을 들었다.
연준에 따르면 미국의 초과 저축은 2021년 3분기 2조3,000억달러로 고점을 찍었으며, 늘어난 저축 덕분에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에는 침체가 있었으며, 이론적으로도 통화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대폭 낮추는 동시에 경기 둔화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고서는 내년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여전하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2%)보다 높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준의 긴축 조치로 이미 침체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침체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다고 봤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BE)도 최근 보고서에서 여전히 연착륙보다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 내년 말 실업률이 5%에 이르고 가벼운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연준이 내년 3월 첫 금리 인하에 나서고 연말까지 1.25%포인트를 낮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리서치 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가 시장참여자를 대상으로 1∼7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침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가 74%를 기록, 지난해 9월 41%보다 대폭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