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여전하다. 최근 발표된 9월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 가격 지수는 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수요가 주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매물 부족 현상이 주택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바이어의 모기지 대출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정부 보증 대출의 경우 대출 한도를 넘게 되면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불리하다. 최근 연방정부가 오른 집값을 반영해 정부 보증 적격 대출에 적용되는 대출 한도를 내년부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FHA도 대출 한도 인상 계획…집값 상승세 반영
재융자로 이자율 낮은 적격 대출로 갈아탈 기회
◇ 일반 지역 76만 6,550달러, 고가 지역 114만 9,825달러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모기지 대출 한도가 인상됐다. 주택금융 시장을 감독하는 ‘연방주택금융국’(FHFA) 내년부터 ‘적격 대출’(Conforming Loan)에 적용되는 대출 한도를 내년부터 종전 72만 6,200달러에서 4만 350달러 인상한 76만 6,550달러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적격대출은 국영보증기관의 대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대출자를 대상으로 발급되는 대출로 프레디맥과 패니메이 등의 기관이 보증을 한다.
FHFA의 이번 모기지 대출 한도 인상으로 집값이 비싼 지역의 대출 한도는 일반 대출 한도의 150%에 해당하는 114만 9,825달러로 오른다. 집값이 비싼 지역은 주택 중위 가격의 115%가 일반 대출 한도인 76만 6,500달러를 넘는 지역에 해당한다. 이들 지역에서도 역시 내년부터 인상된 모기지 대출 한도를 적용해 상승한 집값을 부담할 수 있게 된다.
모기지 대출 한도 인상 결정은 미국 전역에서 집값이 지속해서 오르면서 이뤄졌다. 집값과 함께 모기지 이자율까지 많이 오르면서 정부가 내 집 마련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FHFA가 집계하는 ‘주택 가격 지수’(HPI)에 따르면 작년 3분기와 올해 3분기 사이 전국 주택 가격은 5.5%나 뛰었다. 올해 3분기 주택 가격은 주택 거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대비 2.1%나 오른 수준이다.
부동산 및 모기지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퍼시’(Percy)의 찰스 윌리엄스 CEO는 “내년부터 인상되는 모기지 대출 한도는 집값이 크게 오른 주택 소유주가 패니메이나 프레디맥이 보증하는 대출로 재융자를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라며 “FHFA가 대출 한도를 인상한 것은 주택 가격은 상승세이지만 이에 맞춰 기존 적격 대출 가이드라인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라며 주택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모기지 대출 한도가 인상되면 기존 점보 융자 소지자들은 재융자를 통해 ‘일반 대출’(Conventional Loan)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점보 융자는 대출액이 한도를 초과해 정부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대출로 일반적으로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또 주택 가격이 올라 적격 대출로 재융자를 하지 못했던 주택 소유주 역시 이번 모기지 대출 한도의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 FHA도 한도 인상
‘연방주택도시개발국’(HUD) 산하 주택 금융 기관인 ‘연방주택관리국’(FHA)도 2024년도 모기지 대출 한도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패니메이, 프레디맥과 더불어 3대 모기지 대출 보증기관인 FHA는 내년부터 FHA가 보증하는 모기지 대출 한도를 FHFA 적격 대출 한도인 76만 6,500달러의 약 65%에 해당하는 49만 8,357달러(1 유닛)로 상향 조정한다.<도표 참고>.
FHA의 대출 한도 인상 역시 지난해 하반기 전국적인 주택 가격 급등 현상에 따른 결정으로 전국 3,138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주택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던 96개 카운티는 종전 대출 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FHA 대출 한도가 FHFA 적격 대출에 비해 낮은 이유는 FHA는 주로 저소득층과 생애첫주택구입자를 위한 주택 융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FHA는 최소 다운페이먼트 3.5%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면 최저 크레딧 점수 기준도 580점으로 상당히 낮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첫주택구입자가 많이 활용하는 대출 프로그램이다.
줄리아 고든 FHA 커미셔너는 “이번에 발표된 법정 모기지 대출 한도 인상안은 올해 나타난 전국적인 주택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주택 구입 자격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을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인상안을 평가했다.
FHA는 일반 대출 한도를 초과하는 지역을 ‘집값이 비싼 지역’(High-Cost Area)으로 지정하고 높은 대출 한도를 적용한다. 내년부터 집값이 비싼 지역에 적용되는 FHA의 대출 한도 역시 FHFA와 같은 114만 9,825달러(1 유닛)로 결정됐다. FHA는 이른바 리버스 모기지로 불리는 ‘주택 자산 전환 모기지’(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 프로그램도 관장한다. FHA의 이번 대출 한도 인상안에는 리버스 모기지 청구 금액을 기존 108만 9,300달러에서 114만 9,82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 다운페이먼트 전국적 상승세
집값과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모기지 대출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부담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이자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바이어들이 전보다 많은 다운페이먼트를 내는 추세다.
리얼터닷컴의 조사에서 올해 3분기 다운페이먼트 금액은 약 14.7% 오른 약 3만 달러(중위 금액)로 집계됐다. 다운페이먼트 금액은 11개 주를 제외한 전국 모든 주에서 상승세를 보였고 워싱턴 D.C., 알래스카, 몬태나,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의 주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리얼터닷컴의 계산에 따르면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다운페이먼트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평균 주택 가격을 20% 다운페이먼트로 구입할 경우 월 모기지 페이먼트는 작년 대비 약 166달러(7.4%)로 올랐고 지난해와 같은 월 모기지 페이먼트를 유지하려면 다운페이먼트 비율을 25.5%로 끌어 올려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