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카드 공동 사용자로 등록해 기록 공유
예치금 카드 발급받아 소액 사용하고 전액 상환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는 잦은 크레딧 카드 사용을 피하라고 조언받지만 크레딧 카드 사용 기록을 통해 부채 관리 능력을 증명해야 할 때가 찾아온다. 많이 사용되는 FICO 크레딧 점수는 크레딧 사용 기록을 바탕으로 최저 300점에서부터 최고 850점까지 산출된다. 크레딧 점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가 바로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고 최근에는 보험료, 아파트 임대, 취업도 크레딧 점수가 좌우한다.
그렇다면 크레딧 기록 없이 부채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대출 은행에 어떻게 증명해서 새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을까? 한 독자가 보내온 사례와 질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좋은 직장을 얻어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대형 은행에 크레딧 카드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은행 측의 거절 사유는 자녀의 신용 기록을 조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 크레딧 카드 발급을 위한 최소한의 크레딧 기록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우수한 크레딧 기록을 쌓은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크레딧 카드 발급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 없다. 계획만 잘 세우면 자녀가 아파트를 임대해야 할 때쯤 부모가 보증 설 필요 없이 우수한 크레딧 점수를 쌓을 수 있다. 4년 전 필자의 딸이 24살이었을 때 우수한 크레딧 점수를 쌓는 것을 목표로 딸의 크레딧 기록 쌓는 일을 도왔다. 그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해 본다.
■ 첫 번째 단계: 부모 카드 공동 사용자 등록
딸의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와 남편은 딸이 우리 부부의 공동 크레딧 카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공동 사용자’(Authorized User)로 이름을 올렸다. 이른바 ‘피기백’(PiggyBacking)이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공동 사용자가 크레딧 카드 원 소유자의 우수한 크레딧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다. 당시 우리 부부의 크레딧 점수는 800점 이상으로 높은 편이었다.
공동 사용자에게 이전되는 크레딧 기록은 발급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동 사용자로 이름을 올리면 크레딧 카드 원 소유자의 기록이 대부분 이전되는 경우가 많다. 주의할 점은 원 소유자의 좋은 기록은 물론 부정적인 기록까지 공동 사용자의 크레딧 리포트에 보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를 공동 사용자로 등록하는 것은 자녀와 함께 크레딧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딸은 우리 부부가 하는 것처럼 크레딧 카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매달 잔액을 제때 갚는 습관을 키워갔다. 자녀의 책임감 정도를 잘 살펴 공동 사용자로 등록하는 것을 주의해 결정해야 한다. 공동 사용자는 크레딧 카드를 공동을 사용할 권한은 있지만 연체료 등 비용을 지불해야 할 계약적 의무는 없다.
■ 두 번째 단계: 예치금 카드 발급
얼마 지난 뒤 딸이 혼자 ‘일반 크레딧 카드’(general-purpose credit card) 발급을 신청했다. 당시 인턴으로 일하던 딸의 월급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카드 발급은 거절됐다. 일반 크레딧 카드가 발급되는지 시험 삼아 신청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일반 크레딧 카드 신청이 거절된 뒤 딸은 ‘예치금 크레딧 카드’(secured credit card)를 신청해 발급받았다. 이 형태의 크레딧 카드는 은행 세이빙 계좌에 일정 금액을 예치해야 사용 가능한 카드 종류다. 예를 들어 잔고가 2,000달러라면 크레딧 카드 한도가 2,000달러가 되는 셈이다.
자녀가 은행 또는 크레딧 유니온 계좌를 개설했다면 예치금 크레딧 카드 발급 여부부터 알아보면 좋다. 뱅크레잇닷컴 등 재정 관련 사이트에서 관련 크레딧 카드 정보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해 제공한다. 뱅크레잇닷컴의 11월 발표에 따르면 여러 크레딧 카드사가 최소 예치금 200달러로 연회비 없는 예치금 크레딧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높은 연회비를 부과하는 회사도 있기 때문에 여러 크레딧 카드 회사를 비교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크레딧 카드 회사가 익스페리언, 에퀴팩스, 트랜스유니언 등 3대 신용 평가 기관에 크레딧 기록을 보고하는 지도 확인해야 한다. 크레딧 카드 이자율이 중요하지만 어차피 매달 기한 내 상환을 목적으로 발급받는 것이므로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우리 딸은 그녀의 크레딧 유니온 계좌와 연계해 한도액 250달러 짜리 크레딧 카드를 발급받았다.
■ 세 번째 단계: 매달 소액 사용하고 기한 내 전액 상환
이번이 가장 중요한 단계다. 딸에게 매달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 소액을 지출하고 납부 기한 전에 사용 금액 전액을 갚으라고 알려줬다. 좋은 크레딧 점수를 쌓고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잔액을 기한 내에 상환하는 것과 크레딧 카드 사용 금액인데 사용 금액이 적을 수록 유리하다. 잔액을 다음 달로 넘겨 이자가 발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정보다. 크레딧 카드를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잔액을 제로로 유지해야 크레딧 점수가 올라간다.
우리 딸은 발급받은 예치금 크레딧 카드를 개솔린과 지하철 카드 등 교통 비용에만 한정해서 사용한 뒤 매달 기한 내에 사용액을 모두 갚았다. 우리 부부의 크레딧 카드 공동 사용자로서의 크레딧 기록으로 예치금 크레딧 카드를 신청할 당시 딸의 크레딧 점수는 698점으로 생애 첫 크레딧 기록치고는 높은 편으로 여겨졌다.
■ 네 번째 단계: 일반 카드 한도 10% 미만 사용
예치금 크레딧 카드를 사용한 지 3개월 뒤 딸의 크레딧 점수는 737점으로 올랐다. 그리고 나서 딸에게 카드 사용을 중단하라고 했고 그런 뒤 다시 몇 달 뒤 그녀의 크레딧 점수는 743점으로 더 올랐다.
수개월이 지난 뒤 은행 계좌에 일정 금액을 예치할 필요 없는 일반 크레딧 카드 발급을 신청했다. 딸은 예치금 크레딧 카드를 발급해 준 크레딧 유니온을 통해 일반 크레딧 카드를 신청해서 한도 2,000달러짜리 카드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딸은 일반 크레딧 카드를 받은 뒤에도 같은 전략을 반복했다. 크레딧 카드 사용을 한도의 10%가 넘지 않도록 유지하고 다음 달에 갚을 수 있는 금액만큼만 사용했다.
그 결과 딸의 크레딧 카드 한도는 몇 천 달러 더 상향 조정됐고 최근 FICO 점수는 810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미국인 평균 FICO 점수인 718점에 비하면 매우 높은 점수다. 이처럼 높은 크레딧 점수를 쌓는데 고작 1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FICO에 따르면 크레딧 점수가 670~739점이면 양호한 점수로 분류된다. 이보다 높은 점수는 매우 우수한 점수로 여겨진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