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당뇨병 600만 넘어…눈·콩팥·혈관까지 해쳐
한국에서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서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2020년 기준). 병 자체로도 문제지만 죽음까지 부를 수 있는 다양한 합병증 때문에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니다.‘세계 당뇨병의 날(11월14일)’을 맞아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에게 당뇨병과 합병증 위험성 및 관리법을 알아봤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나 작용에 문제가 발생해 포도당이 세포 내로 공급되지 못하고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혈당이 올라가면 혈액이 찐득찐득해져 혈관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은 원인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경우(1형 당뇨병) △운동 부족·고열량 식사로 인해 비만이 돼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고 이를 극복할 만한 충분한 인슐린 분비가 되지 못하는 경우(2형 당뇨병)로 나뉜다.
당뇨병이 심해지고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 소변을 많이 보는 ‘다뇨’, 많이 먹는 ‘다식’, 체중 감소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병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모르고 방치할 때가 적지 않다. 당뇨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 합병증까지 유발될 수 있다.
40세가 넘거나, 비만이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과거 당뇨병 전 단계 진단을 받았거나, 임신성 당뇨병 과거력이 있거나,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매년 공복 혈당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당뇨병은 고혈당 자체로 인한 증상보다 합병증이 더 위험하다. 정인경 교수는 “혈당이 높으면 피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해지고, 끈적끈적해진 피 때문에 우리 몸의 말초 조직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만성 혈관 합병증이 발생한다”며 “합병증은 발병 초기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더 위험하다”고 했다.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말기 상태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가 많다. 당뇨병 만성 혈관 합병증은 눈·콩팥 등 작은 혈관부터 심장·뇌 등 큰 혈관까지 인체 모든 혈관에서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실명의 주원인이 된다.
또 당뇨병성 콩팥병으로 인한 부종과 요독증으로 투석하게 될 수도 있고,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생겨 양쪽 발끝이 저리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무감각으로 고생할 수 있다. 합병증이 심장에서는 협심증·심근경색 등으로 발생할 수 있고, 뇌혈관에서는 뇌졸중으로 몸 한쪽이 마비될 수 있다. 또 다리 동맥혈관이 막히면 발가락 끝이 까맣게 되거나 발에 가벼운 상처가 나도 쉽게 낫지 않고 궤양이 생기는 ‘당뇨발’이 될 수 있다.
당뇨병 합병증은 충분히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 정기검진으로 당뇨병을 조기 진단해 치료해야 한다. 당뇨병이 흔하고 특별한 증상도 없다 보니 치료를 미룰 수 있는데, 이는 합병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맞춤 처방된 약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환자별 맞춤 처방이 가능한 다양한 약들이 나와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과 합병증은 줄일 수 있게 됐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식사와 운동 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해줘도 식사 관리나 운동을 통한 생활 습관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약 효과를 보기 어렵다. 체중 관리·금연·금주는 기본이다.
정인경 교수는 “흡연은 혈액을 응고시키기에 담배를 계속 피우면 아무리 혈당과 혈압을 잘 관리하고, 이상지질혈증 약을 먹어도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이나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없다”고 했다.
매일 술을 마시면 췌장에 염증이 생겨 분비량이 부족해지면 당뇨병을 일으키는 인슐린을 만드는 췌도 세포가 파괴된다. 남성은 하루에 술 2잔, 여성은 1잔 이하로 제한하고, 매일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