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휴가철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물 쇼핑 대신 매물 쇼핑에 여념이 없는 바이어가 많다. 아직 이루지 못한 내 집 마련의 꿈을 한 해가 가기 전에 실현하기 위해서다. 바이어가 감소하는 연말은 경쟁을 피해 주택을 구입하기 좋은 시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올 연말은 여느 해와 조금 다를 전망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8% 진입을 앞두고 있고 매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바이어들이 이자율이 떨어지고 매물이 늘어나는 이른바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 부동산 플랫폼 오픈도어의 아밋 아로라 부대표는 이런 바이어에게“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라며“가장 좋은 타이밍은 주택을 구입할 준비가 됐을 때”라고 충고한다. 재정 전문 머니 매거진이 올겨울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정리했다.
원하는 조건보다 필요한 조건에 초점 맞춰야
매물 찾을 때 고정관념 버리고 유동성 발휘를
◇ 원하는 조건 보다는 필요한 조건
지금처럼 매물이 턱없이 부족한 시기에는 매물을 찾을 때 유동성을 발휘해야 한다. 주택을 구입할 때 위치 조건이 강조되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위치 조건을 포함, 일부 조건을 희생할 각오를 해야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다. 우선 원하는 매물 조건과 반드시 필요한 매물 조건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족 수 때문에 침실 3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마당이 넓은 집에 대한 꿈은 잠시 포기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갖춰야 할 매물 조건과 갖추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조건을 따로 정리해 집을 보러 다닌다. 그래야 매물이 나왔을 때 지체없이 구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필요한 조건을 갖춘 매물을 찾았다면 바로 오퍼를 제출하고 이 매물이 원하는 조건까지 갖추고 있다면 보너스로 생각하면 된다.
◇ 다른 지역도 고려하기
현재 주택 시장 상황에서는 현실적인 기대치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지역만 고집하지 말고 평소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지역의 매물도 살펴보면 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올바른 기대치를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별 바이어 수요와 매물 현황, 주택 가격 동향 등을 알아보면 좋은데 매물 정보 사이트와 부동산 에이전트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역별 시장 분석은 경쟁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오퍼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매물을 찾을 때 한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 지역만 고집하다 보면 경쟁이 덜한 지역에 나온 매물을 놓치기 쉽다. 주택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한 스타일에만 꽂혀 있다 보면 매물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랜치 스타일 주택이 마음에 들어도 다른 디자인의 주택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더 마음에 드는 내부 구조를 갖춘 주택을 발견할 수도 있다.
◇ 지역 전문 에이전트 찾기
매물이 부족한 시기에는 부동산 에이전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한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에이전트에게 의뢰하면 의외로 경쟁을 피해 쉽게 매물을 찾는 경우도 있다. 주택 구입 경험이 있는 바이어는 물론 첫주택구입자도 에이전트와 함께 매물을 보러 다녀야 지역 주택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에이전트는 시장에 나오지 않은 이른바 ‘오프 마켓’(Off Market) 매물 정보를 가지고 있다. 포켓 리스팅이라고도 불리는 오프 마켓 매물은 셀러가 집을 팔기를 원하지만 시장에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개인적인 경로로 팔기를 원하는 매물이다. 이런 매물은 다른 바이어와 경쟁할 필요가 없지만 에이전트의 도움 없이는 찾기 힘든 매물이다.
◇ 모기지 페이먼트 계산하기
모기지 이자율이 2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국영모기지보증기관 프레디맥이 집계하는 이자율 현황에 따르면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의 전국 평균치는 7.79%(10월 26일 발표치)로 8%에 근접했다. 얼마 전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이자율이 적어도 5%대로 떨어져야 주택 구입에 다시 나서겠다는 바이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이자율은 당분간 5%대는커녕 6%대로도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이자율은 올 연말까지 7.5%~ 8%대에서 머물다가 내년에야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주택 구입 계획을 가진 바이어는 예상 모기지 페이먼트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기지 페이먼트 계산기를 사용하면 예상 페이먼트 금액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계산할 때 이자율 변동에 따른 금액을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모기지 대출 금액 45만 달러에 7.79%의 이자율을 적용하면 월 페이먼트는 약 3,236달러(재산세, 주택 보험료 포함)이다. 만약 이자율이 8%로 오른다면 월 페이먼트도 약 3,301달러로 조정된다.
내년 중 이자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시기는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 높은 이자율을 받더라도 나중에 이자율이 떨어지면 재융자를 실시할 계획으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바이어가 많은데 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선 구매, 후 재융자’ 전략에 주의하라”며 “현재 재정 상태로 감당하기 힘든 모기지 대출은 받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고정 관념 버리기
고주택가, 고이자율, 매물 부족 등 바이어에게 3대 악재가 동시에 겹쳤다. 바이어에게 불리한 시기에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에 생각해 보지 않는 대출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고려해야 할 시기다. 모기지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전에 관심받지 못했던 대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바이어가 부쩍 늘었다.
이자율 ‘바이다운’(Buy-Down)은 이자율 바이다운은 일정 기간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선불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출 프로그램이다. 주택 구입 초기 페이먼트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바이어가 셀러에게 바이다운 수수료 지불을 요구할 수 있고 신규 분양 주택의 경우에는 수수료 비용을 인센티브 형태로 제공하는 분양 업체를 많이 볼 수 있다.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은 말 그대로 집을 파는 셀러가 대출 은행처럼 바이어에게 융자를 해주고 집을 넘기는 방식의 매매다. 바이어는 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달 셀러에게 원금과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데 은행 제시 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고 셀러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어 양측 모두에게 ‘윈윈’이다.
낮은 이자율로 발급된 셀러의 기존 모기지를 그대로 떠안아 집을 구매하는 옵션도 있다. 셀러의 모기지를 인수하려면 우선 목돈 마련이 필요하다. 40만 달러에 나온 집을 구입하는 경우 셀러의 모기지 잔금이 30만 달러라면 차액에 해당하는 10만 달러를 셀러 측에 지불해야 거래가 성사된다. 기존 모기지 인수 옵션은 VA, USDA, FHA 등 정부 보증 융자일 경우에만 가능하고 일반 대출 은행이 발급하는 컨벤셔널 융자에는 적용할 수 없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