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크레잇 올 연말 주택 시장 전망
이자율 7.5%~8%대 유지 전망
주택가격 연말까지 소폭 상승
2023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몇 주만 지나면 추수 감사절 연휴가 시작되고 이어서 본격적인 연말 휴가철이 시작된다. 겨울로 접어드는 이 시기는 주택 시장도‘동면’에 진입하는 시기다. 매년 이맘때면 바이어가 감소해 주택 시장은 한산해진다. 새해가 되기 전에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는 바이어는 올해 더욱 혹독한 겨울을 대비해야겠다. 모기지 이자율이 끊임없이 오르는 반면 집값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재정정보업체 뱅크레잇닷컴이 부동산 전문가들과 함께 올겨울 주택 시장을 전망했다.
◇ 시장 상황 진단부터
추수감사절에서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 휴가 시즌은 주택 시장도 잠시 휴식에 들어가는 시기다. 봄여름 그 많던 바이어가 한순간에 사라져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주택 거래도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연말 휴가철을 내 집 마련의 절호의 타이밍으로 삼는 바이어도 있다. 바이어가 감소하는 이 기간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을 피해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을 앞둔 이 시기에 집을 보러 다니는 바이어들은 대체적으로 주택 구입 계획이 확실하다. 연말 휴가 시즌에 집을 내놓아야 하는 셀러도 마찬가지로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올겨울 주택 매매를 앞두고 있다면 주택 시장 상황부터 진단해야겠다. 고공행진을 거듭 중인 모기지 이자율이 내년 봄쯤 내려갈까, 집을 내놔도 될 만큼 바이어 수요는 충분한가, 부족한 주택 매물은 언제쯤 늘어날까 등 여러 상황을 진단한 뒤 주택 매매를 준비해야 한다.
◇ 이자율 떨어지면 집값 더 오를 수도
부동산 정보기관 코어로직의 셀마 헵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치솟는 모기지 이자율의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들었다. 헵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시장이 높은 모기지 이자율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올해 초 이자율이 폭등하기 시작한 이후 주택 거래가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헵 이코노미스트는 올겨울 바이어들이 주택 구매 비용 상승과 매물 부족에 따른 이중고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어닝’(Awning)의 데니스 셔시코프 콘텐트부문 대표는 현재 주택 시장을 ‘예측 불가능한 시소’에 비유했다. 셔시코프 대표는 “팬데믹 이후 펜트업 수요가 나타나면서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했다”라며 “최근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주택 가격과 수요가 둔화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만약 이자율이 오르지 않았거나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주택 가격 급등이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으로 볼 수 있다.
모기지 대출 기관 카디널 파이낸셜의 랠프 디버그내라 부대표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주택 시장 상황으로 향후 전망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디버그내라 부대표는 “전국적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여전하고 이에 따라 주요 대도시 주택 가격은 주택 거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상승 중”이라며 “인플레이션, 고금리, 높은 수요 등과 겹쳐 바이어에게 매우 힘든 겨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집값 하락 없을 것
겨울철이 시작되면 일반적으로 바이어 수요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주택 판매를 잠시 중단하는 셀러도 늘어난다. 연말 휴가철이 지난 다음 새해에 다시 집을 내놓는 셀러가 많은데 올해도 이런 현상이 반복되겠지만 주택 가격 하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디버그내라 부대표는 “주택 시장의 계절적 하락이 주택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만 주택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치고 나머지 지역은 향후 수개월간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헵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주택 가격이 정점을 찍은 여러 지역에서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인해 올겨울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어로직은 올해 연말까지 주택 가격 상승이 이어진 뒤 내년 상승 폭이 약 3.5%로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코어로직은 또 팬데믹 기간 주택 가격 급등 뒤 최근 가격 조정이 이뤄진 가주와 중서부, 남동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내년 다시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셔시코프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과열 현상이 나타난 텍사스와 플로리다 주택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 이자율 7.5%~8%대 유지
국영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맥의 집계에 따르면 10월 26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 전국 평균치는 7.79%로 8%대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은 9월 7일 이후 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당분간 의미 있는 수준의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모기지 이자율이 평균 7.5%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헵 이코노미스트는 “초근원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이 중단된다면 올겨울 이자율이 7%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점쳤다.
리맥스 타운앤컨트리의 브루스 애일리언 브로커는 연말까지 이자율이 7%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이자율 변동은 전적으로 인플레이션과 Fed의 기준 금리 정책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애일리언 브로커는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치인 2%로 떨어지지 않는 한 모기지 이자율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향후 12개월 동안 이자율이 6%대로 떨어질 가능성보다 8%대로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예측했다.
◇ 작년 겨울 ‘밀레니얼^베이비부머’ 집 가장 많이 구입
이자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지난해 밀레니엄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집계에 의하면 작년 전체 바이어 중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한 비율은 39%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이어 밀레니엄 세대가 28%, X세대는 약 24%를 차지했다.
주택 구입 연령대에 접어든 Z세대의 지난해 주택 구입 비율은 약 4%였다.<도표 참고>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주택 보유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택 순자산 비율도 전체 세대 중 가장 높다. 전체 베이비붐 세대 주택 소유주 중 약 40%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없는 상태로 은퇴 등의 목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집을 팔고 새집을 구입할 수 있는 세대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