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도 내 집 장만이 쉬웠던 시기는 별로 없었다. 그중에도 모기지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요즘이 아마도 내 집 장만이 가장 힘든 시기로 기억될 듯싶다. 집값은 10년 넘게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모기지 이자율이 불과 1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올라 내 집 마련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게 여겨진다. 그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고 고군분투하는 바이어가 적지 않다. 이자율을 조금이라도 낮출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일부는 모기지 대출에 대한 오해로 내 집 마련의 꿈에서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모기지 대출과 관련,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았다.
이자율 치솟은 요즘 낮은 이자율에 현혹되기 쉬워
이자율 등 모기지 대출 절차 관한 철저한 이해 필요
◇ 낮은 이자율만 받으면 된다?
낮은 이자율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바이어가 많다. 하지만 다른 대출 은행보다 낮은 이자율 제시하는 은행이 숨겨진 비용을 부과할 때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이자율이 폭등하는 시기에 매우 낮은 이자율을 광고하며 바이어를 현혹하는 은행이 많다.
부동산 관련 저서를 쓴 제이슨 겔리오스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낮은 이자율을 앞세우고 뒤로 숨겨진 포인트를 은근슬쩍 부과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라며 “낮은 이자율을 받았지만 오히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포인트로 불리는 수수료를 지불하면 만기까지 적용되는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 ‘포인트 구매’ 또는 ‘바이다운’이라고도 불리는 수수료 적용 여부를 융자 견적서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다운페이먼트 반드시 20%?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을 받으려면 일종의 계약금으로 볼 수 있는 금액을 대출 은행에 내야 한다. 다운페이먼트로 불리는 이 금액은 대개 주택 구매 대금과 비교해 비율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비율이 반드시 20%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어가 여전히 많다. 특히 생애첫주택구입자 사이에서 이 같은 오해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아예 접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주택 구매 대금이 50만 달러라면 모기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대금의 20%에 해당하는 10만 달러를 현금으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첫주택구입자들이 내는 다운페이먼트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다. 재정정보업체 ‘셀프 파이낸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첫주택구입자들이 지불한 평균 다운페이먼트 금액은 1만 2,274달러로 주택 구매 대금의 약 6%에 불과했다. 첫주택구입자들은 여기에 평균 클로징 비용으로 1, 983달러를 지불해 약 1만 5,000달러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첫주택구입자들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20%보다 낮은 다운페이먼트 비율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보증하는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국영 모기지 보증기관 패니메이는 3% 다운페이먼트 융자 프로그램을 이미 오래전부터 운영 중이고 ‘연방주택국’(FHA)도 3.5%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으로 저소득층과 첫주택구입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있다. 최근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정부가 보증하는 낮은 다운페이먼트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 융자 사전 승인 받으면 대출 즉시 발급?
주택 구입 경험이 없는 바이어는 ‘융자 사전 승인’(Loan Pre-Approval)만 받으면 주택 구입에 필요한 대출이 즉시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모기지 대출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온라인 렌더가 융자 시장에 많이 진출했지만 대출 발급까지 아무리 빨라야 15일이 넘게 걸린다.
일단 대출 심사 절차가 시작되면 바이어의 고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용주에게 전화 또는 이메일 연락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세금, 소득, 자산 서류 등을 직접 검토하는 절차를 진행하려면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융자 사전 승인을 받기 위해서도 바이어가 은행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이 서류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융자 사전 승인서는 오퍼를 제출할 때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서류로 간주된다. 셀러가 바이어의 대출 승인 가능성을 검토해 오퍼 수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서류가 바로 융자 사전 승인서다. 그런데 최근에는 집을 보여 주기 전에 융자 사전 승인서를 요구하는 셀러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일부 고가 주택 셀러에 의한 요구가 일반적이었으나 이제 일반 주택을 파는 셀러 중에서도 집을 보여주기 전에 융자 사전 승인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융자 사전 승인 받으면 대출 반드시 나온다?
또 융자 사전 승인서를 받으면 모기지 대출이 최종 승인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바이어도 있다. 융자 사전 승인서는 오퍼를 제출할 때 필요한 서류이며 동시에 대출 금액이 얼마나 될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융자 사전 승인서가 대출 발급을 보장하는 서류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심사 과정에서 대출이 거절될 수도 있고 대출 금액이 조정되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매물 고갈로 주택 구입 과열 경쟁이 여전한 요즘에는 융자 사전 승인서만으로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최근 일부 바이어는 셀러와 구매 계약만 체결되면 대출이 곧 발급될 수 있도록 대출 승인 절차를 진행한 뒤 증빙 서류를 오퍼와 함께 제출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셀러와 가격 조건만 맞으면 계약 체결 뒤 2~3주면 대출이 발급되고 주택 구매를 완료할 수 있다.
◇ 주택 감정가 낮아도 문제없다?
모기지 대출 승인 절차 중 매물의 적정 가치를 확인하는 감정 평가 절차가 진행된다. 대출 은행이 외부 감정 평가 업체를 통해 매물의 시세를 파악하고 감정가를 기준으로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절차다. 그런데 감정가가 셀러와 체결한 계약가보다 낮게 나오면 주택 구매에 필요한 대출액이 다 발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계약 체결 가격이 50만 달러인데 감정평가 업체가 감정가로 40만 달러를 제시하면 대출 은행은 40만 달러를 기준으로 대출액을 승인한다. 따라서 구매 계약을 이어가려면 차액에 해당하는 10만 달러를 더 마련해야 한다. 계약가격과 감정가 차이가 크지 않으면 셀러와 가격을 다시 조정해 거래를 이어갈 수 있지만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계약이 취소되기 쉽다.
주택 가격이 빠르게 오르거나 웃돈 경쟁이 심한 경우 계약가와 감정가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되면 낮은 감정가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 별도의 현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