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면역 항암제 병용 요법 유효성 입증
동양인에게 많은 돌연변이 양성 폐암에서 면역 항암제를 사용한 ‘새 치료 전략’의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됐다.
돌연변이가 뚜렷한 폐암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표적 항암제의 내성을 피할 수 없고, 면역 항암제를 써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안명주·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과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소속 15개 기관 연구팀은 국내 16개 의료기관에서 모집한 EGFR 변이 환자 215명, ALK 변이 환자 13명 등 228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 면역 항암제를 활용한 면역·화학 병용 요법의 임상적 효능을 확인했다.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뚜렷한 폐암은 표적 항암제로 치료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내에 많은 EGFR, ALK 변이 양성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를 쓰는 게 대표적이다.
문제는 환자에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TKI 억제제의 내성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후 치료 대안으로 면역 항암제를 꼽기도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다른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비해 제한적인 임상적 효과는 풀어야 할 과제였다.
연구팀은 면역 항암제와 항혈관억제제, 항암화학 병용 요법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표적 항암제 치료 후 흔히 쓰는 백금 기반 항암 치료에 면역 항암제를 항혈관억제제와 함께 더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연구팀은 EGFR 변이 환자, ALK 변이 환자 13명 등 총 228명을 무작위로 나눠 치료 전략을 달리했다.
한 쪽에는 면역 항암제인 아테졸리주맙과 치료 효과를 증진시키는 베바시주맙, 기존 백금 항암 치료법에서 쓰이는 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을 추가했다.
다른 한 쪽에는 표적 항암제 치료 후 표준 치료 방식인 페메트렉시드에 카보플라틴 또는 시스플라틴을 병용 투여하고, 두 집단의 예후(치료 경과)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암의 치료 반응률은 면역 항암제 병용 투여 때 69.5%로 기존 치료군 41.9%보다 높았다. 또 무진행 생존 기간도 면역 항암제 병용 투여군이 8.48개월, 기존 치료군 5.62개월로 병 진행 위험도 38%가량 낮게 평가됐다.
이런 경향은 면역 항암제의 효과를 가늠하는 지표인 PD-L1의 발현율이 증가할수록 함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루닛 스코프(비소세포폐암 전용 분석 솔루션)로 확인했을 때 종양 침윤 림프구 밀도가 높았을 때도 비슷한 효과가 확인됐다.
이로 인해 치료 반응을 보일 대상을 확실히 하는데 도움이 되고,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서 해당 치료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박세훈 교수는 “폐암이란 큰 병과 싸우면서 내성을 경험한 환자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새로운 치료를 찾게 된다”며 “어려운 길임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암과 싸울 치료 옵션이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연구한 결과”라고 했다.
안명주 교수는 “새 치료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해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늘어난 약제만큼 심각하진 않더라도 부작용 우려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더 안전하고 정교한 방법으로 환자를 선별해 치료할 수 있도록 연구에 힘쓰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온콜로지(JOURNAL OF CINICAL ONCOLOGY)’에 소개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