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구입 이미 감소·일부 기업 주가도 하락
패스트푸드, 음료 타격, 채소, 과일은 판매 증가
기업들이 비만 치료제 사용 급증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이들 체중 조절 약품이 미국인의 음식 섭취 문화는 물론 의류 구입 방식과 여객기 중량에까지 큰 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이들 비만 치료제 사용자들의 구매 방식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월마트 경영 책임진은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오젬픽과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약품 복용자의 식료품 구입이 다른 고객에 비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기 과자 오리오스와 리츠의 제조업체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최근 7.7%나 하락했다. 초콜릿 제조업체 허시와 펩시콜라 주식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덕 맥밀론 월마트 최고 경영자는 8월 실적 보고회에서 (월마트 약국을 통해 판매되는) GLP-1 약품이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약품의 이익 마진이 낮아 매출 증대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 증가에는 그렇지 못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른 기업 책임자들은 GLP-1 약품이 미칠 영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품 기업 네슬레의 스티븐 우드 프리슬리 북미 최고 경영자는 지난달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가진 회의에서 “GLP-1 약품이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를 기회로 삼아 다이어트 제품인 ‘Lean Cuisine’ 식사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새 제품은 비만 치료 약품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식사 제품”이라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팀은 비만 치료 약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광범위할 것으로 내다본다. 약품이 음식 섭취 욕구와 중독 증상을 효과적으로 줄일 경우 담배, 주류, 게임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비만 치료 약품 사용으로 성인 체중 감소 현상이 보편화하면 여행기의 중량도 감소할 것이란 흥미로운 분석도 내놓았다. 제프리스는 여행기 승객의 체중이 평균 10파운드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비행당 줄어드는 무게는 약 1,790파운드로 이로 인해 비행사당 연간 약 8,000만달러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자연 발생 장 호르몬의 이름을 따 지어진 GLP-1은 현재 장기 복용에 따른 효과 등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약품 출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이들 약품의 장기 복용 효과를 파악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견해다.
현재 대표적인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 위고비, 몬자로 등의 약품은 위 공복 현상을 늦춰 사용자가 포만감을 오래 느끼고 음식을 덜 섭취하도록 한다. 비만 체중인 사람은 이들 비만 치료제를 복용할 경우 체중의 15~20%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체중 감소 약품에 대한 수요가 폭증해 노보 노디스크와 엘리 릴리 등 두 대표적인 제약업체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못하는 실정이다. 시장 조사 업체 트릴리언트 헬스에 따르면 2022년 4분기에만 900만건이 넘는 GLP-1 계열 약품 처방전이 발급됐을 정도다.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실제로 이보다 훨씬 더 크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40% 이상이 비만으로 분류된다. 제약 업체들은 더 강력한 체중 조절 약품 개발과 주사제 대신 복용 가능한 알약 형태의 약품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가 제약업계에서 가장 큰 분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실현될 것으로 보는 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많은 보험사들은 연방식품의약국(FDA) 규정에 따라 오젬픽과 몬자로 등의 약품을 당뇨 치료제로 처방된 경우에만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체중 감소 치료제로 사용될 경우에는 보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 달에 900~1,300달러에 달하는 약품 구입비도 많은 비만 환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들 약품은 또 설사와 어지럼증과 같은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 결과 위고비와 삭센다와 같은 약품을 복용한 환자 중 약 70%가 별다른 이유 없이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도 밝혀졌다.
일부 식당 업체들은 고객의 식욕 감소 현상이 매출이 미칠 영향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식당을 찾는 많은 고객이 외식은 물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 가든 등 레스토랑 체인을 운영하는 다든 레스토랑의 릭 카데나스 최고 경영자는 “약품이 불러올 영향에 대비하겠지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본다”라며 “기념하기 위해 식당을 찾는 목적도 있고 식욕이 감소하더라도 여전히 식사는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난달 열린 실적 발표회에서 보고했다.
하지만 음료 업계의 경우 소비자의 음료 섭취 습관 변화에 비교적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여름 비만 치료제 복용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많은 환자가 알코올, 무알코올 음료 섭취를 모두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환자 중 약 65%는 당분탄산음료 섭취를 줄였고 약 62%는 술을 줄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환자 중 약 25%가 아예 술을 끊었고 20%는 설탕 음료 섭취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성인의 7%에 해당하는 약 2,400만명이 2035년까지 비만 치료제를 복용함에 따라 미국인 칼로리 소비량이 약 1.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들 약품이 패스트푸드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고 모건스탠리는 이로 인해 과일과 채소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 증권의 댄 돌리브 디렉터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만 치료제 사용으로 미국 레스토랑 업계에 2025년까지 약 250억달러의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스토랑 업계 매출 감소는 식당 장비, 식자재 도매업, 요식업 고용시장, 심지어 배달업계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션 코놀리 코나가라 최고 경영자는 지난주 실적 발표 보고에서 이들 약품이 식품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코놀리 최고 경영자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맞춰 회사도 진화할 것이지만 변화가 빨리 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예를 들어 고객 식사량이 감소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면 변화에 맞춰 새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며 “다른 형태의 영양소를 찾는다면 역시 새 트렌드에 맞춘 메뉴가 제공될 것으로 이 같은 변화는 향후 5~15년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준 최 객원 기자>